금호건설 4Q 영업익 95억에서 56억으로 41% 낮춰
매출원가율 부진, 주택경기 악화에 실적 '뚝'
미분양 확산세도 불안...내년 불확실성 이어져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기 빠르게 얼어붙은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4분기 실적 추정치를 대폭 낮추고 있어 건설업계의 자금난 우려가 확산할 전망이다.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에 매출원가율이 95% 수준까지 치달으면서 영업을 통해 적정한 이익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미분양 아파트까지 늘어나면서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의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이익 둔화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금호건설·DL건설·한신공영 등 영업익 추정치 줄줄이 낮춰
13일 건설업계 및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중견 건설사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다.
금호건설은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56억원으로 3개월 전 예상한 95억원 대비 41% 줄었다. 작년 4분기 이후 이어진 실적 부진을 연말 되돌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쉽지 않은 분위기다. 올해 분기 영업이익이 50억원 안팎에 그치면서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224억이다. 2021년(1116억원)과 비교하면 79.9%, 2022년(559억원) 대비로는 59.9% 각각 감소했다. 연간 200억원대 영업이익은 2015년(208억원) 이후 8년 만이다.
사업 비중이 주택·건축에 편중된 상황에서 원가관리에 실패한 것이 주된 이유로 해석된다. 이 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사업을 진행해도 손에 쥐는 이익이 거의 없다. 2021년 90.7%이던 매출원가율은 2022년 93.3%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3분까지 95.6%로 상승했다.
매출이 1조원이라면 매출원가를 뺀 매출충이익이 440억원이란 소리다. 여기에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직원 급여, 광고선전비 등 판매와 관리비를 제해 영업이익을 산출된다. 매출총이익이 적절히 확보되지 않으면 이익 성장세를 도모하기 어려운 구조다. 건설업계에서는 적정 매출원가율을 80%대로 책정하고 있다.
부족한 현금 유동성을 보충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것도 부담이다. 연간 금융이자 비용은 2021년 69억원에서 2022년 97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분기까지 117억원으로 전년 동기(65억원) 대비 81.3% 불었다. 이런 영향으로 2021년 1481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올해는 111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DL그룹 계열사인 DL건설은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218억원으로 3개월 전(300억원)보다 27% 낮췄다. 4분기 실적까지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1년 연간 영업이익 229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듬해 811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704억원 수준으로 더 줄었다.
이 회사도 원가율 부담이 만만치 않다. 2021년에는 84.8%로 안정적인 매출원가 관리가 이뤄졌으나 2022년 91.9%로 상승했고 올해 3분기 기준 누적으로 93.6%까지 뛰었다.
한신공영도 6개월 전 올해 영업이익으로 450억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절반 수준인 23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2018년 영업이익 2145억원을 정점으로 5년 연속 이익이 감액됐다. 올해 3분기까지 금융이자 비용도 330억원으로 전년 동기(254억원) 대비 30.4% 증가했다. 대출이자가 높아졌고 신규 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 건설업황 부진. 미분양 확산에 내년도 불확실
중견 건설사의 유동성 문제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 건축부문의 매출 비중이 70~80%에 달하는 데다 원가율 부담이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주택경기 냉각에 미분양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방 분양사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견 건설사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확산할 경우 유동성 문제가 급속도로 불거질 공산이 크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공사비를 조달했으나 미분양으로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만들어 상환해야 한다. 사내 유보금이 충분치 않으면 심각한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견 건설사 한 주택사업부 임원은 "매출원가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섰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늘면서 실적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 주택시장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돼 사업성이 충분치 않은 신규 분양단지는 공급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