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필터링 기능 내년 1분기 중 출시
개발 단계서 가장 많이 검토한 것은 '보안'
"유료화는 고객이 과금 가치를 느낄 때…지금은 이르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아이폰 통화녹음 기술 개발은 전화가 단순히 용건을 전달하고 끝나는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출발했어요. 에이닷이 제공하는 통화녹음, 요약, 통역, 일정관리 등은 이전처럼 단순히 휘발되는 음성이 아니라 사용자만의 특화된 기록이 되는 거죠."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현덕 SK텔레콤 AI전화 담당 임원. 2023.12.15 mironj19@newspim.com |
조현덕 SK텔레콤 AI 전화 담당은 지난 15일 SK텔레콤 본사에서 뉴스핌과 만나 AI 전화 개발 비하인드와 앞으로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재 아이폰 사용자에게만 선공개된 서비스들은 내년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전면 확장된다. 지난달 11월 SK테크서밋에서 공개된 바와 같이 상반기 중 공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세부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 현재 아이폰과 애플워치가 연동되어 있는 것처럼 갤럭시와 갤럭시 워치 등 안드로이드 이용자에게도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내년 상반기 공개로 발표됐던 스팸 필터링 기능은 내년 1분기로 출시 일자를 앞당긴다.
인터뷰 전날인 14일 공개된 통역콜 서비스는 통화앱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첫 사례다. 통화녹음 기능처럼 사용자가 SK텔레콤 가입자이면서 아이폰 이용자라면 상대방이 사용하는 통신사나 단말에 무관하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4개 국어를 제공하고 내년에는 11개 국어로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현덕 SK텔레콤 AI전화 담당 임원. 2023.12.15 mironj19@newspim.com |
◆아이폰 통화녹음 둘러싼 구설수…애플·삼성·정부 점검까지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은 지난 10월 아이폰 통화녹음 서비스를 출시하고 3일 연속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할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애플 정책상 불가능했던 아이폰 통화녹음이라는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정확히 '저격'한 서비스였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통화녹음·요약 서비스가 공개된 이후 에이닷 자체 액티브 유저나 서비스를 재방문하는 리텐션 기록도 늘었다. SK텔레콤 내부에서도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조 담당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이동통신(MNO) 모바일 마케팅 부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했다"며 "리텐션도 생각했던 부분 이상"이라고 답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SK텔레콤 에이닷 10월 기준 월간이용자수(MAU)는 106만명, 11월엔 112만명으로 100만명 대를 유지 중이다.
많은 관심만큼 걱정도 따랐던 서비스다. 서비스 공개 이후 개인정보 침해, 애플과의 협의 사항 등에 대한 문의도 쏟아졌다. SK텔레콤은 '문제 없다'는 입장으로 공식 소통해왔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정확한 SK텔레콤의 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개발부서에서도 고객의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조 담당은 설명했다. AI 전화 서비스는 기본적으론 사용 시 에이닷과는 별도의 이용약관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동의 이후에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에이닷 서비스 사용 전 동의해야 할 약관 갈무리. [사진=조수빈 기자] |
조 담당은 "서비스 개발 단계에서 가장 까다롭게 보고 오래 검토한 부분이 '보안'이었다"며 "서비스 운영을 위해 필연적으로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해선 종단간 암호화 방식을 사용했고 통화녹음은 통화요약을 제공하기 위해 서버에 잠시 올렸다가 요약이 완료되는 즉시 삭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완벽한 부분이 있을 순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부에서도 여러 방면으로 살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애플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SK텔레콤은 앱 스토어에 서비스를 올리는 프로바이더로서의 역할, 이동통신사업자로서의 역할에 맞춰 애플 앱스토어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답변했다. 해외에서도 아이폰의 정책을 뛰어넘고자 했던 서비스는 많았지만 통신사가 나서 직접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탑재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아이폰 통화녹음을 공개하면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도 제기됐다. 개인정보위원회 확인 결과 통화녹음 서비스 현황 파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지난 7월부터 실행된 국내외 주요 AI서비스에 대한 실태점검의 연장선이라고 밝혀졌다.
에이닷의 통역콜 공개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렸다.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될 갤럭시S24에도 통역콜 기능이 출시되는 만큼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관계가 구축된다는 전망이 나온 탓이다. 조 담당은 "안드로이드 버전을 공개하려면 그만큼 삼성전자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준비해야 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조현덕 SK텔레콤 AI전화 담당. 2023.12.15 mironj19@newspim.com |
다음은 조현덕 담당과의 일문일답이다.
- 아이폰 통화녹음이 가능한 정확한 원리를 많이 궁금해한다. 쉽게 설명해준다면.
▲통화녹음이 가능한 원리는 쉽게 말해 우회통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LTE 기반 음성통화(VoLTE/HD보이스) 망에서 전송되는 음성을 일종의 '캡쳐'를 해 저장하는 것이 갤럭시에서 제공하는 통화녹음 버튼이다. 아이폰은 정책 상 아예 그 버튼을 제공하지 않고 SK텔레콤은 그 버튼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화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준 것이다. VoLTE와 연동이 되는 전화 시스템(에이닷)을 만들어 서버가 아닌 에이닷 앱이 깔려 있는 단말에 저장이 되는 원리다.
- HD보이스 등 망 기술은 타 통신사도 이미 보유한 기술인데 SK텔레콤이 차별점을 가져갈 수 있었던 포인트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왔던 경험치인 것 같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페인포인트는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점이 유효한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화는 중요한 서비스인데도 아주 전통적인 역할에 남아있었다. 음성이 휘발되면 그 안에 담긴 정보들도 어디에 저장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 아닌가. 아이폰 통화녹음 기술 개발은 전화가 단순히 용건을 전달하고 끝나는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 아이폰 통화녹음 기술은 상용화까지 개발 기간이 얼마나 소요됐나.
▲정확히 공개하기 어렵지만 기술 개발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느 앱에 어떻게 올릴지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에이닷이라는 앱을 사용해 본격적으로 기술을 앉힌 것은 4개월 정도 소요됐다. 6월에 에이닷 추진단을 AI 서비스 사업부와 글로벌·AI 테크 사업부로 개편하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앱을 개발하고 공개하기까지는 1년 이상의 개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SK텔레콤의 전사 역량이 결집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었다.
- 실제로 사용해보니 통화요약에 걸리는 시간이 불규칙하던데 이유가 있나.
▲내부에서 예상한 것보다 사용자 규모가 많이 늘어난 상태다. 통화가 많은 시간대에는 일부 요약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개선을 준비 중이다.
- 고객들이 요청하는 사항이 매우 다양하다. 업데이트는 얼마나 진행됐나.
▲웨어러블 기기와의 연동은 바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차기 기능 중 가장 빨리 만나보실 수 있는 기능은 스팸 필터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로 말씀드린 적 있는데 속도를 당겨 내년 1분기 안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부 기능들도 사용자 VOC를 즉각 반영하는 방향으로 수정 중이기 때문에 거의 2주에 한 번 꼴로 속도감 있는 업데이트를 진행 중이다.
- 에이닷 서비스 유료화 계획에 AI 전화도 포함되나.
▲서비스가 초기 단계기 때문에 유료화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이 먼저다. 유료화를 한다면 사용자가 충분히 '돈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여야 한다고 본다. 이용자들이 걱정하는 유료화 시기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일례로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포토처럼 무료 제공으로 이용자를 확보한 후 유료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부분은 고객과 기업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항이라 아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 타 통신사의 사용자나, 통화녹음을 허용하는 다른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은 있는지.
▲타 통신사 사용자의 경우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일단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타 통신사의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고 가입자 정보 등 민감한 기업 기밀들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서비스 제공의 경우 AI 확산에 대한 회사의 니즈와 충족되는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 예정 중인 AI 전화의 로드맵은.
▲일단 에이닷 기능의 안드로이드 확장부터 시작해서 AI와 전화를 결합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논의 중이다. 내부에서 계획 중인 기능에는 '콜포비아'를 위한 옵션도 있다. 통화를 어려워 하는 고객을 위해 대화 스크립트를 만들어 주는 기능이다. 통화요약으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파악해 대화 시나리오를 미리 제안하는 방식이다. 스팸 필터링 기능을 고도화해서 전화의 중요도를 사용자가 파악하게 할 수 있는 기능도 내부에서 고안 중이다. 특히 직장인들의 고충 중 하나가 굳이 번호를 저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 연락할 가능성이 있는 연락처 관리다. 이때 통화요약 기능이 통화한 기록을 바탕으로 전화를 분류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