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김한민 감독이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를 의미있게 장식했다. 2014년 '명량'부터 2022년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10년간 계속됐던 여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김한민 감독은 '노량' 개봉 직전 인터뷰를 통해 이순신 3부작을 끝내며 "장군님의 말을 빌리자면 실로 천행이었다"고 10년 간의 세월을 돌아봤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0-2022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던 영화 작업이 이제는 '노량'으로 마무리됐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2023.12.21 jyyang@newspim.com |
"돌이켜보면 완결할 수 있었던 게 운이 좋았어요. 지금은 감개무량하죠. 그러면서도 오히려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도 있어요. 이순신 3부작을 정리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고 이렇게 또 끝나는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죠. 불굴의 의지로 이순신에 천착하는 것은 아니고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요. 3부작을 하다보니 10년이 갔고 이 해전들은 각각의 해전에 의미가 있어서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지금껏 한국 영화 최대 관객을 동원한 '명량'에서는 최민식이,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 역을 거쳐갔다.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석이다. 김한민 감독은 각 영화에서 다르게 그리고자 했던 이순신의 이미지와 배우들을 조합한 과정을 얘기했다.
"'명량'의 이순신은 용장, '한산'에선 지장, '노량'에서는 현장으로서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명량에서는 모두가 두려움에 빠져있던 상황에서 용기로 바꿔내는 중심점에 용맹한 장수로서, 적합한 배우인 최민식을 캐스팅했죠. 한산에서는 굉장히 치밀한 지략과 전략 전술을 가지고 가장 수세에 빠져있던 그 기세를 공세로 전환하는 모멘텀이 된 전투였기 때문에 젊은 지휘관 이순신, 냉철한 지략가로 박해일을 내세웠고요. 노량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가장 지혜로우면서 조금 미래를 내다보고 어떻게 이 전쟁을 종결해야 할 것인지를 유일하게 고민했던 이순신이 필요했어요."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
김한민 감독이 무려 10년간 이순신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 배는 되는 시간을 역사와 사료 연구에 들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 감독은 7년간 이어졌던 임진왜란의 의미를 두고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일본말을 쓰고 있었을 거란 얘기도 있다"면서 왜 지금도 이순신의 정신이 유효한지를 말했다.
"400년 전에 우리 나라가 거의 반쪽날 뻔한 게 그때도 비슷했어요. 임진왜란 가장 무서웠던 것이 정유재란 때 도륙당한 것도 무섭지만 그간의 5년간 진행된 강화협상이 무서운 것이었죠. 그 협정의 핵심이 조선을 두 동강 내 나눠 갖는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이순신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화합하자는 게 거창한 사상이나 역사 이야기를 하기보다 실존했던 이순신을 통해 같이 뭔가 정체성을 갖게 되면 훨씬 더 갈등이나 모순의 혼돈이 덜하지 않을까. 그 속에서 진정한 화합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에서 100여분 간 이어지는 노량해전에서 가장 인상깊은 건 왜구와 뒤엉켜 싸우는 난전의 롱 테이크 장면과 잊히지 않는 북소리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귓가에 맴도는 듯한 묵직한 북소리는 강력한 구호이자 응원이고 격려다. 담대하고 격정적이다가도 구슬프게도 들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김한민 감독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2023.12.21 jyyang@newspim.com |
"치열한 전장의 한 복판에 이순신이 서 계시길 바랐고 난전 장면에선 롱 테이크가 필요했죠. 싸움 설계가 찍어놓고 보니 길어서 그런지 피로도가 심했어요. 연출을 잘못했나 하는 위기의식도 들었죠. 전쟁 설계 100분에 있어서 사운드 설계가 중요한 이유였어요. 연출하면서 후반 작업에서 그렇게 당황해본 게 처음이었죠. 해상 액션을 얘기하자면 '노량' 때 풀어낸 모든 액션이 '명량' 때는 불가능했어요. 특히 밤에 벌어지는 해전 액션의 모든 부분은 명량 때는 도저히 시도할 수 없었죠. 우리 팀이 세계 영화사적으로 최고일 거란 생각이 들고 '노량'에서 원없이 보여드렸어요."
최근 9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000만 고지를 넘보는 '서울의 봄'의 주인공인 이태신 장군의 이미지가 이순신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김한민 감독은 "영화 속 이순신 동상 보면서 뭉클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태신이 수경사 사령관으로 서울 방위를 책임지고 반란군으로부터 뭔가를 지켜야 하는 인물로 이순신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니까요. 의도하지 않았어도 감독님 잠재의식에서 그게 발동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영화의 위기 상황에서 '서울의 봄' 바통을 이어 노량이 좋은 성과를 내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참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의 봄'에서 예전의 무인이던 군인들이 비굴하고 비겁하게 퇴화해버린 군상들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줬다는 게 굉장히 재밌는 지점이죠. 울분이 차오른 분들이 '노량'을 보시면서 푸시는 것도 좋은 관람의 방법이 될 것 같아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