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반도체 공급난 뚫고 '제 값 받기' 전략 성공
사명 변경 후 전기차 퍼스트 무버 역할 '톡톡'
그간 부진했던 中 시장도 전기차로 공략 계획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시장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다. CEO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상을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형(현대자동차)만한 아우'의 모습을 보였다.
기아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57만6023대를 판매했다. 같은기간 매출액 49조9349억원, 영업이익 6조27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4.1%, 영업이익은 63.4%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계 경영실적은 ▲판매 235만4229대▲매출 75조4803억원 ▲영업이익 9조1421억원으로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아직 4분기 실적 발표가 나지 않은 만큼 연간 영업익 10조원 돌파 및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된다.
기아의 역대급 실적에는 송호성 사장의 리더십이 있다. 송 사장은 지난 2020년 대표이사직에 취임한 뒤 기아를 진두지휘하며 전기차 시장의 '퍼스트무버'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을 '기아'로 변경해 안착시켰으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 EV6을 성공시켰다. 지난해에는 국내 첫 준대형 전기차 EV9을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지체를 겪을 무렵 판매 전략을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전환하며 '제 값 받기'를 실현해 위기를 돌파했다. 여기에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 시장에서도 전용 공장 설립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 현대차부터 기아까지...팬데믹·반도체난 뚫은 구원투수
송 사장은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해 2007년에야 이사 대우로 기아로 적을 옮겼다. 연세대 불문과를 나온 송 사장은 프랑스 판매법인장으로 기아에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현대차에서 몸담으며 익힌 해외사업 경험을 기아에서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송 사장은 기아 수출기획실장을 지냈고 사업성장본부 상무로 승진한 뒤 유럽총괄법인장(전무)을 맡으며 기아의 유럽 내 점유율 향상을 주도했다. 2017년 사업관리본부장 부사장에 올랐으며 2020년 3월 사장 승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송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2020년은 신종 감염병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발생했지만 송 사장 체제의 기아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지연이 발생하자 판매 전략을 '제 값 받기'로 전환했다. 차량 판매 대수가 줄어들더라도 수익성 높은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 집중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전기차 E-GMP의 출시와 각종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셀토스-스포티지-쏘렌토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의 흥행으로 맞아떨어졌다. 중형 SUV 쏘렌토는 2022년 승용·RV 부문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에 올랐고 스포티지도 전 세계에서 45만여대가 판매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2조665억원이었던 기아의 영업이익은 2021년 5조657억원, 2022년 7조2331억원으로 매년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6조원의 영업익을 냈으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9조원을 넘어서는 등 사상 첫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 '형만한 아우'의 본격화...사명 변경과 함께 달라진 기아
송 사장은 기아 대표이사에 오른 뒤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사명 변경은 송 사장 취임 이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취임 이듬해인 2021년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을 '기아'로 변경해 자동차에 국한된 이미지를 바꿨다. 기아의 슬로건인 '영감을 주는 움직임(Movement That Inspires)'는 송 사장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송 사장은 사명 변경과 함께 플랜S도 추진했다. 플랜S는 ▲전기차 ▲모빌리티 솔루션 ▲모빌리티 서비스 ▲PBV로 사업을 확장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E-GMP를 적용한 첫 전기차 EV6는 '2022 유럽 올해의 차', '2023 북미 올해의 차'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상을 휩쓸었다. 아이오닉5N 출시 전에는 그보다 앞서 EV6 GT를 출시하면서 국내 고성능 전기차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기도 했다.
PBV 사업은 기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야다. 앞서 PBV의 일환으로 1인승 레이 밴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구축될 PBV 전용 생산공장을 통해 오는 2025년 중형급 전용 PBV 모델을 출시하고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된 PBV 로보택시, 소형에서부터 대형까지 아우르는 PBV 등 풀라인업 구축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국내 첫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을 출시하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당초 예정된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의 연내 적용 계획은 연기됐지만 EV9은 기아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전환을 이끌고 있다.
◆ '점유율 1%' 中 시장 두드리는 기아, 전기차 공략에 속도
송 사장은 지난해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그동안 부진했던 중국 시장을 다시 두드리는 것이다. 지난 2022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2%에도 못 미치는 1.68%다. 현대차가 1.12%, 기아가 0.56%다.
송 사장은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이유로 신차 부재를 꼽았다. 송 사장은 지난해 초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그동안 중국 시장에 전기차가 없어 힘들었는데 이제 출시되는 만큼 잘 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아는 전기차를 앞세워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해 4월 개최된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는 2030년까지 중국에서 연간 45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기아는 지난 2015년 61만대, 2016년 65만대로 중국 시장에서 연 60만대 판매를 달성한 바 있다. 기아는 지난해 EV5, EV6를 시작으로 매년 1종 이상의 전기차를 중국에서 선보여 2027년까지 총 6종의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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