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는 '글로벌 선택 2024'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40개가 넘는 국가에서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진다.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예상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대만, 러시아, 인도, 이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글로벌 정치 지형이 재편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글로벌 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에서는 그중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미국 대선, 대만 총통 선거, 러시아 대선, 인도 총선에 대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인도 총선이 오는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 열린다.
인도 하원인 '로크 사바'(Lok Sabha) 정원 552명을 선출하는 빅이벤트다. 상원인 '라지야 사바'(Rajya Sabha)의 경우 정원은 250명인데 이 중 12명은 인도 대통령에 의해 선출되고 나머지 의원들은 인도의 각 주의 입법 기관들에 의해서 선출되는 주 대표들이기 때문에 인도 총선은 하원 선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 "여당 승리 거의 확실시"
이번 총선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3기 여부가 달린 선거이기도 하다. 인도 총선은 한 선거구에 대표자 한 명을 뽑는 보통선거제로, 18세 이상 인도 시민권자라면 투표할 수 있다. 인구 대국답게 2019년 총선 당시 유권자는 9억 명에 달했다.
지난 12월 30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로드쇼'에 환호하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요디아 시민들의 모습. 이날 모디 총리는 선거 유세 활동의 일환으로 자동차를 타고 도시를 다녔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총선에서 여당 인도국민당(BJP)과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C)이 27개 지역 정당들과 뭉쳐 만든 야당연합 '인디아'(INDIA)가 격돌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BJP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된다고 말한다. 야당연합이 대표할 이념 하나 없이 올해 총선에서 여당을 무너뜨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지난해 7월 급속히 뭉친 단체여서인지 핵심 이슈에서 정책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5개 주(州)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 결과 여당이 3개 주의회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제1야당이 과반을 차지했던 차티스가르와 라자스탄 2개 주에서 과반 의석을 탈환한 것이다.
주마다 다른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인도 특성상 주의회 의석 분포도가 총선거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큰 만큼 BJP가 지난해 2개 주에서 과반 의석을 빼앗아 왔다는 것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예측할 수 있는 풍향계였다.
인도 싱크탱크 정책리서치센터(CPR)의 니란잔 시르카르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BJP의 승리가 필연적"이라며 여당의 승리 규모와 어떤 요인으로 의석수가 늘거나 줄었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당이 지난 2019년 총선 때만큼의 압도적인 승리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BJP는 552석 중 303석을 차지하며 2014년 선거 때보다 19석을 더 가져온 쾌거를 이뤘는데 올해의 경우 비하르와 마하슈트라 등 일부 핵심 주에서의 BJP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일자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들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설명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메이크 인 인디아' 등 모디 정책 추진에 동력
2023년은 여러모로 인도에 의미가 큰 한 해였다. 지난해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를 기록했고 8월에는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에 착륙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국, 소련,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지난해 3분기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6%로 가팔랐다. 오는 3월 31일에 끝나는 2023년 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7%로 예상되고 있는데, 전 세계 평균(2.9%)을 크게 웃돈다.
성장하는 경제 규모와 함께 인도 증시에 돈뭉치가 몰렸다. 30개 대기업 주가가 반영되는 인도의 대표 센섹스 지수와 니프티50 지수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센섹스 지수는 7만2000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센섹스지수 성적 변화 [사진=S&P DJI/마켓워치 재인용] |
인도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약 4조 달러로 홍콩 주식시장의 시총을 뛰어넘으면서 세계적인 금융 강국인 영국, 프랑스, 홍콩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가치 순위 4위가 됐다. 1년 만에 3계단이나 오른 것이다. 인도는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가장 큰 주식시장이 됐다.
기업공개(IPO) 붐도 일었다. 지난해 인도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총 240곳으로 중국(362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의 IPO 건수가 전년 대비 28.5% 준 것에 비해 인도는 50% 이상 늘었다.
지난해 인도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활약하면서 외교적 입지까지 넓혔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서방과 중국, 러시아 등으로 나뉜 진영을 택하지 않고 강대국들을 오가며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이른바 '줄타기 외교'로 저명하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인도는 싼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인 '큰손'이었다. 강대국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중견국이어서다. 지정학적 입지를 레버리지로 미국과 서방 주도의 대러 제재를 피하면서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에서 협력하고 있지만 동맹은 아니여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규탄할 압박도 안 받는다. 중국과는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등으로 협력하는 파트너다.
지난해 8월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행사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는 정상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국도 인도다. 미국이 중국산 부품 배터리와 핵심 광물이 들어간 전기차를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하면서 테슬라가 20억 달러를 들여 서부 구자라트주 공장 건설을 인도 정부와 협의 중이다. 현지 경제 매체 라이브민트에 따르면 오는 10~12일 개최하는 '바이브런트 구자라트 글로벌 서밋'(VGGS)에서 관련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공장' 제조 강국이 되는 것을 꿈꾼다.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이 대표적이다. 인도를 세계 제조업 허브로 만들겠다며, 서비스업 의존에서 벗어나 제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엄청난 노동 인구와 방대한 내수시장, IT 인재 등 조만간 '바이 차이나'에서 '바이 인디아'로 바뀔 조건이 충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처럼 인도는 엄청난 경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세계 경제 3위 대국이자 국제 무대에서도 영향력이 큰 국가다. 올해 총선에서 모디가 이끄는 BJP가 의석수를 확대한다면 모디 집권 3기의 정책 추진 동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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