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 내에서 학습하고 정보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
개인 통역사·에디터 등 휴대폰의 역할 재정의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은 지속가능한 경영의 핵심입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술 진화는 결국 인간 삶을 바꿀 혁신적인 제품 탄생을 의미합니다. 기술을 알면 우리 일상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습니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지만 독자들에게 아직은 낯선 기술 용어들. 그래서 뉴스핌에서는 'Tech 스토리'라는 고정 꼭지를 만들었습니다. 산업부 기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기업들의 '힙(hip)' 한 기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굿모닝 테오도르, 5분 후에 회의야, 벌떡 좀 일어나 보실래요?"
영화 허(HER) 속 인공지능(AI) 비서 사만다가 주인공 테오도르를 깨우는 장면입니다. 음성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프로그램인 사만다는 회의 시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테오도르와 자연스럽게 말장난도 하죠.
디바이스 내에 있는 AI가 휴대폰에 저장돼 있는 사용자의 일정이나 메일을 읽고 미팅 일정을 조정하고 의견을 물어보는 등 사람 같은 행동을 합니다. 영화가 출시된 것은 2014년으로 약 10년이 지난 올해 영화와 같은 AI의 출현이 더 가까워지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편집 도구로 지울 수 있다. 편집 기능 중 원하는 기능을 골라 선택하면 보정이 진행된다. [사진=조수빈 기자] |
바로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S24'가 공개됐던 지난 '갤럭시 언팩 2024'였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산호세)에서 삼성의 첫 AI폰 갤럭시S24를 공개했습니다.
갤럭시S24는 온디바이스 AI 폰의 시초입니다. 온디바이스란 디바이스 내에 인공지능이 결합한 형태로 클라우드나 외부 연결 없이도 디바이스 자체에서 인공지능이 작동하며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뜻해요.
갤럭시S24에는 클라우드 AI와 온디바이스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AI인 갤럭시S24가 탑재됐는데요.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서 정보를 학습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AI, 서버 연결 없이 즉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를 전부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된 겁니다.
공개된 주요 기능엔 실시간 통화 및 문자 통역, 생성형 AI 편집, 노트 앱 내 주요 내용 요약 등이 있습니다. 실시간 통화 통역은 상대방이 갤럭시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언어만 선택하면 통화 중에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연락처에서 설정한 언어를 기억해서 다음 통화 때는 언어를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생성형 AI 편집은 사진을 편집하는 기능인데요. 사진 내 피사체를 옮기거나 축소·확대하고 싶으면 생성형 편집툴을 활용해 피사체를 이동하거나 확대하고 심지어 지울 수도 있어요. 남은 자리는 AI가 메꾸는 거죠. 어색하지도 않고 픽셀이 깨지는 일도 없습니다. 사용자가 찍은 사진을 보고 너무 어둡다면 밝기를 조정하고 흑백 사진을 컬러로 바꿔주기도 하는 옵션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AI가 맡아서 합니다.
노트도 마찬가집니다. 두서없이 써둔 노트를 다시 챙겨보기 힘들 때 AI가 지원하는 노트 어시스트 기능을 클릭하면 빠르게 AI가 요약도 해주고 외국어는 번역도 해줍니다. 여러 노트 중에 무엇을 필기했는지 표지까지 만들어주죠.
개인 통역사와 개인 사진 에디터, 개인 비서까지 휴대폰 하나에 들어가 있는 셈이죠.
페루 출신 IT 콘텐츠 크리에이터 칼리 롤리 씨와는 스페인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도 대화에는 문제가 없었다. [사진=조수빈 기자] |
애플과 구글도 온디바이스 AI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애플은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에이잭스'를 개발해 챗봇인 '애플GPT'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이 애플GPT를 음성 비서 시리, 메시지, 애플뮤직 등에 통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글은 생성형 AI가 적용된 픽셀 8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전화를 대신 받아주는 '콜스크린', 여럿이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주는 '베스트 테이크' 기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온디바이스 AI와 핵심은 '개인 맞춤형'입니다. 사용자마다 디바이스가 학습하는 키워드가 다를테니 사용자 맞춤형으로 진화하기에 매우 적합한 서비스죠. 하지만 아직까지 갤럭시S24는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진 않습니다. 개인 프라이버시 등 리스크 요소가 좀 더 많다고 본 건데요.
개인 맞춤형을 위해서는 결국 가야할 길이라는 것에 대해선 공감했습니다. 김영집 삼성전자 MX사업부 랭귀지 AI 팀장(부사장)은 갤럭시 언팩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사용자 패턴은 일종의 양날의 검"이라면서도 "결국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기능으로 가야한다는 점엔 공감하기에 안전을 보장하면서 개인만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은 개발 중"이라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휴대폰 외 다른 디바이스에 대한 확장성도 기대요소입니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AI 가정용 비서 '볼리'를 공개하며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볼리는 전화를 걸거나 받아주기도 하고 사용자를 대신해 현관 밖의 방문객을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 워치, 웨어러블 기기나 노트북에서도 온디바이스 AI가 구현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물론 당장 영화나 사용자들의 상상만큼 사람처럼 소통하는 AI가 나타나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AI의 특징은 무서우리만치 빠른 학습능력이죠. 사람을 학습한 AI가 얼마나 발전한 휴대폰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지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