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인 국내 최대컨테이너선사 HMM의 노조가 사측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하면서 사상 첫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의 계획대로 파업 수순에 들어간다면 국내 수출 기업의 물류 대란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18일 HMM 노사에 따르면 해원연합노동조합(해원노조)은 근로조건 개선과 하림 인수 반대를 비롯한 요구 조건을 사측이 들어주지 않을 시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MM 컨테이너선이 미국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HMM] |
해원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앞서 HMM 노사는 지난해 10월 13일 1차 단체협상을 시작으로 7차례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전날 사측에 단체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노조는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중노위 조정으로도 노사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찬반 투표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근로 조건이다.
가장 큰 문제는 월 소정 근로시간을 두고 노조 측과 사측의 해석이 다르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는 "월 소정 근로시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초과근무 수당이 달라진다"며 "사측과 의견이 다른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쟁점으로 다뤄서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년 연장 문제도 거론됐다. 현재 HMM의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대한해운, H라인, 현대LNG해운 같은 국내 중견 이상 해운선사들은 대부분 정년을 2~3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계 상황을 반영한 정년 연장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정년 연장 자체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노조는 채권단이 하림그룹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다면 파업 범위를 출항과 하역을 포함한 항만 업무 전반으로 확대한다고도 예고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파업과 매각 이슈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HMM 사측도 쟁의행위를 매각 반대로 연결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 측은 아예 관련이 없지 않다고 강조한다.
노조 관계자는 "하림이 조달한다는 인수금융 2조~3조원에 대해서 매년 이자가 2600억원 정도 발생하는데 5년으로 환산하면 1조3000억원 수준"이라며 "이자로 날아가는 금액의 1%만 사용해도 현재 근로자들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의미하게 이자로 사용할 바에는 차라리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 일정 부분 사용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인수와 연관이 아예 없지 않다"고 못 박았다.
해운·물류업계에서는 HMM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수출 물류 대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노조가 예고대로 선원들의 휴식 시간, 운항 속도, 업무 부담 기준을 철저히 지키며 운항한다면 기존에 비해 운송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속도가 빠를수록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는 선박 특성상 빨리 운항하는 것 역시 힘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수에즈운하 파업 당시에도 물류대란이 발생했었다"면서 "최근 홍해 해협과 파나마 운하의 통항 차질로 글로벌 물류 공급망이 망가졌는데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파업할 경우 당연히 물류 대란 심화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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