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향산서 회의 열어 추진 지시
'지방발전 20×10' 전략 제시
"경제기관 말로만 굼땐다" 비판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 문명, 새 생활'을 내세운 경제・사회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동당 간부와 경제관료의 분발을 촉구했다.
2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23~24일 이틀간 묘향산(평북 향산군)에서 노동당 제8기 19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공업화를 주축으로 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구체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24일 묘향산에서 열린 노동당 제8기 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1.25 |
이는 현대적인 지방공업 공장을 매년 20개 군(郡)에 지어 10년 안에 모든 시군과 주민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높인다는 전략인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김정은은 먼저 자신이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20×10 정책을 처음 제시한 점을 상기시킨 뒤 "이 과업수행을 놓고 당안의 일부 정책지도 부서들과 경제기관들에서는 현실적이며 혁명적인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말로 굼때고 있었으며 금번 전원회의에서까지도 조건이 유리한 몇 개의 시군들에만 지방공업 공장들을 건설하고 나머지 시군들은 앞으로 건설을 할 수 있는 준비나 다그치는 것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런 식으로 혁명적인 결단과 용기가 없이 불리한 주객관적 조건에 포로되어 말로만 굼때고 앉아있다가는 도농격차를 줄이고 지방경제를 발전시킬 데 대한 우리 당의 경제발전 정책을 똑똑히 집행할 수 없으며 언제 가도 인민생활에서 뚜렷한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음을 군말 없이, 구실 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의 구상이 "지방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수준을 한 계단 끌어올림에 있어서도 대단히 절박한 당면과업으로 되며 우리 당의 사회주의 지방발전 정책의 전망적 견지에서 보아도 매우 중대하고 책임적이며 시기적 중한 선택과 결단으로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북한의 열악한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방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스핌] 북한이 최근 제작한 '농촌진흥' 선전포스터.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1.25 |
노동당 경제담당 비서 김재룡은 보고에서 "전국의 지방공업 공장들을 먼 앞날이 아니라 가까운 10년 안에 연차별로 완전히 개변함으로써 새 시대 농촌혁명 강령수행으로 현대적인 농촌 살림집에서 살게 될 농촌주민들을 비롯하여 지방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시려는 총비서동지의 확고부동한 결심과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제시한 지방경제 발전과 이른바 '인민생활 향상'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벌인 새마을운동과 궤를 같이 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 등 지방발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민 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물질・문화 분야의 도약을 모색한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최근 만들어 관영매체로 공개한 선전 포스터에도 '농촌 진흥' 등 과거 우리의 새마을운동과 유사한 표현이나 지향점이 등장한다.
하지만 집권 이후 핵과 미사일 도발에 주력해오면서 체제의 자원을 군사력에 집중 투입해온 김정은의 구상이 제대로 약발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스스로 연설을 통해 "초보적 생필품조차 보장 못한다"거나 "매우 한심한 상태", "세계적인 낙후성" 등으로 밝힐 정도로 북한 경제난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과 노동당이 강원도 김화군 등에 시범적인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이를 다른 시군에 확신시키겠다는 '20×10 정책'의 경우도 이미 한계를 드러낸 전형적인 사회주의식 따라배우기 운동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결국 군인들을 동원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김정은) 명령'이 내려진 건 민간의 영역에서는 손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방증일 수 있다.
결국 김정은이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이번 정책은 핵과 미사일에 올인함으로써 대북제재를 자초하고, 경제와 민생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몬 최고지도자에게 엘리트와 주민 불만이 쏠리는 걸 누그러트리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