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산증인 김재욱 BNW인베스트먼트 대표 인터뷰
"AI반도체 시장 성장, 국내 메모리반도체에 기회"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1위를 하고 있지만, 거기에 따른 소재와 부품, 장비는 대부분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를 팔아서 이익을 낸 후 설비투자에 수십조를 투자해도 다른 나라에 뺏기고 있는 상황이 참 안타깝죠."
김재욱 BNW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역삼동 BNW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재욱 대표는 2012년 4월 사모펀드 투자사 BNW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기 전까지 제조직군 출신 삼성맨으로 삼성전자 사장까지 올라선 인물이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김재욱 BNW 인베스트먼트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산업부와 인터뷰를 가졌다. 2024.02.20 leemario@newspim.com |
그는 1978년 삼성전자 공채로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기흥공장장 부사장을 거쳐 2005년 반도체 총괄 메모리제조담당 사장에 올랐다. 이어 삼성전자 기술총괄 제조기술 담당 사장, 삼성SDI 사장, 삼성LED 사장 등을 지냈다. 반도체 산업의 산증인으로 불리던 김재욱 대표가 BNW인베스트먼트를 창업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사장까지 하고 세상에 나와 그동안 받았던 것을 어떻게 다시 세상에 환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투자업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투자쪽으로 가장 먼저 생각한 게 메모리반도체 쪽으로 우리가 잘 하고 있는데,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역시 우리도 미국 처럼 제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BNW인베스트먼트는 배터리나 반도체 등 주로 산업의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갔다. BNW인베스트먼트가 좋은 성과를 낸 것 중 하나는 에코프로비엠이다. 2016년 적자 상태였던 에코프로는 이차전지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이후 SK증권 PE, 기업은행PE와 함께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했다. 이후 BNW인베스트먼트는 투자금의 5배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시장에서 2차전지 대장주로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는 "2016년 당시 전기자동차 시장이 열리지 않았지만, 2~3년 후를 내다 보고 삼성SDI와 관계성 등을 따져봐 에코프로비엠 투자 판단을 내렸다"면서 "투자회사로 우리나라 산업을 좀 더 끌어올려 후대에 먹고 살 수 있도록 한국 산업발전을 위한 기업들에 투자한다는 것이 투자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김재욱 BNW 인베스트먼트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이타워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산업부와 인터뷰를 가졌다. 2024.02.20 leemario@newspim.com |
김 대표가 배터리와 반도체 소부장 투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큰 상황에, 배터리나 반도체 소부장과 같이 산업의 근본을 강화하는 기업들을 키우지 않고선 후대에 먹거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AI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와 관련해선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역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 AMD, MS, 구글 등이 하려는 AI반도체에 반드시 필수적인 것이 메모리 반도체"라며 "특히 AI반도체에 있어 HBM의 경우 빠른 응답속도를 내기 위해 필수적인데, AI온디바이스 흐름과 맞물려 메모리반도체 쪽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흐름이 반도체 주도권을 한국과 대만에 뺏긴 일본이 반도체 산업 재건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했다.
김 대표는 "TSMC가 일본에 공장을 짓고 일본 소부장업체와 시너지를 낸다면 국내 반도체 산업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등 우리가 파운드리를 통해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시작도 못 해보고 일본으로 주도권이 넘어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