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연평균 성장 14%...삼성에 도전장 던진 인텔
일본 등에 업은 TSMC, 삼성 2나노서 TSMC 꺾는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정인 기자 = "2030년엔 파운드리 업계 2위에 올라서고 TSMC를 따라가겠습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첫 인텔 파운드리 단독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업계 2위 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인텔 측은 2025년 도입 예정인 1.8나노급(인텔18A·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넘어 2027년엔 1.4나노 공정(인텔14A-E·1.4나노 2세대) 제품을 내놓겠다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인텔이 1.4나노 공정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삼성전자와 TSMC 역시 2027년 1.4나노에 도전할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 각 사의 계획대로 된다면 2027년 3사의 기술 격차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해 승부수를 던졌다면, 삼성전자, TSMC 등 기존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 역시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을 가지고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구글, 메타,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AI칩 개발에 나서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AI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을 빠르게 고객사로 유치해야 파운드리 미래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인텔, 첨단 공정에 투자한다면 삼성전자와 전략 유사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으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13.8%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성장은 5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이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2023년 5나노 이하 공정의 매출은 전체의 24.8%를 차지했지만, 2026년에는 41.2%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운드리 왕좌로 자리 잡고 있는 대만 기업 TSMC는 최첨단 3나노미터 공정에서 앞서고 있다. 현재 TSMC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일본이 반도체 소부장 산업이 강한 만큼 일본 지원과 단단한 소부장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과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엔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삼성전자 반도체 고위 인사였던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파운드리를 맡기는 곳은 퀄컴, 엔디비아, AMD 등 미국기업이고 이들은 주로 TSMC에 맡기는데, TSMC가 파운드리만 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로 시작해 파운드리를 붙여나가는 것이라 업의 본질이 달라 그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TSMC 역전의 기회로 노리고 있는 것은 2나노 공정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겸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5월 카이스트(KAIST) 강연에서 "TSMC가 우리(삼성전자 보다 잘하는 1등이다. 냉정하게 4나노 기술력은 2년, 3나노는 1년이 뒤처졌다"면서 "하지만 2나노로 들어오면 우리가 앞설 수 있고,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TSMC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부분은 첨단 공정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기술을 TSMC 보다 먼저 3나노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3나노 GAA 공정의 안정적인 양산을 지속하는 한편 2나노 공정을 개발해 AI 가속기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응용처의 매출 비중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삼성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 중심의 파운드리 서비스이기 때문에 첨단 공정이 필요하고, 이것을 통해 엔비디아, 퀄컴, 애플 등 대형 업체의 물량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인텔 역시 첨단 공정에 투자한다면 삼성전자와 전략이 유사해 지는데, 삼성 입장에선 첨단 공정을 최대한 빨리 양산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