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DLF상품 886건 불완전 판매의 점 인정
함영주,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은 일부만 인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9-3부(조찬영 김무신 김승주 판사)는 29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DLF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지난 2020년 3월 하나은행에 사모펀드 신규판매 부분에 대한 6개월 업무 일부 정지 제재와 함께 과태료 167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또 DLF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며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 회장에게 중징계(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불복한 함 회장과 하나은행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였으나 본안 소송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가입금액 1837억원 상당의 대상계좌 886건 모두 불완전 판매가 인정된다"며 "개념이 어렵고 설계·위험구조가 복잡해 하나은행에서 판매를 담당했던 PB(프라이빗뱅커)들조차 기준금리와 CMS금리를 혼동하는 등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은행의 DLF 상품 불완전 판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손실규모가 막대한 데 반해 그 과정에서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원고들이 그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한 점 등에 비춰 피고들의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은 없다고 봤다"며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주 징계사유인 DLF 상품 불완전 판매의 점은 인정하면서도, 함 회장의 주 징계사유인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와 관련된 세부항목 10개 중 7개 항목에 대해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개 항목에 대해서만 처분사유가 인정되고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징계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처분사유는 ▲기존 투자자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내규상 별도로 설정하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 ▲투자자 성향등급 산출결과를 고객에게 확인받는 절차 관련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이다.
그 외 나머지 처분사유에 대해서는 명확성, 예견가능성 등 부족으로 마련의무 자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거나 준수의무 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판부는 금융당국이 함 회장에 대한 징계수위를 새로 정해야 한다며 기존의 중징계 처분은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이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2022년 3월 취임한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그전에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회장직을 상실할 수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금융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