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업 자유 제한…다만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 필요성 더 커"
"입법자, 왜곡된 노동 관행 개선해야 한다 판단"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청구인 A씨 등이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등에 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나머지 청구를 모두 각하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헌법재판소가 9인 완전체 구성을 완료한 가운데 2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사건번호 2023헌가19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 위헌제청에 관한 선고를 위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입장후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3.12.21 yym58@newspim.com |
청구인들은 사업주 내지는 근로자로, 이들은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과 제14조, 근로기준법 제53조 제1항 등이 계약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다만 헌재는 최저임금법령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거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나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는 이유로 일부 청구는 각하했다.
재판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연장근로시간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계약내용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용자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직업의 자유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그러나 이는 근로조건 법정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고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위헌 여부를 심사할 때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며 "또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입법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이 실근로시간을 단축시키고 휴일근로를 억제해 근로자에게 휴식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법목적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이원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고, 연장근로의 틀 안에 법정근로시간 외 근로를 일원화해 실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자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입법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부분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는 경향, 포괄임금제의 관행 및 이들의 협상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장시간 노동 문제가 구조화됐다고 보고, 이들 사이의 합의로 주 52시간 상한을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인해 근로자에게도 임금 감소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정착시켜 장시간 노동이 이뤄졌던 왜곡된 노동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 입법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중소기업·영세사업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예외 규정 외에도 상한제 적용의 유예기간, 한시적인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특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복지급 금지 등을 마련했고, 정부도 각종 지원금 정책 등을 시행했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주 52시간 상한제조항으로 인해 계약·직업의 자유에 제한을 받지만, 오랜 시간 누적된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며 "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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