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돌연 영업중단
구찌 팝업에 불만...갤러리아 '전전긍긍'
국내 백화점·고객 상대 '갑질' 계속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샤넬이 고객 공지 없이 문 닫은 것은 정말 고객 볼모로 배짱 장사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달 28일 돌연 영업을 중지한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의 샤넬 매장이 닷새 째 문을 열고 있지 않다. 재개장 시점도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있어 고객들을 볼모로 한 배짱 영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샤넬의 이번 일방적인 영업 중지 사태는 유독 국내 고객과 백화점을 상대로 콧대가 높은 '갑질' 행태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 전경. 2024.03.04 syu@newspim.com |
◆갤러리아 샤넬, 5일째 영업 중단
4일 찾은 갤러리아 명품관 샤넬 부티크 매장은 문은 여전히 닫힌 상태다. 샤넬 매장 입구에는 "샤넬 뷰틱, 샤넬 쥬얼리의 내부 환경 개선으로 금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표지판이 놓였다. 입구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매장 직원은 "개장 시점은 아직 미정"이라며 "교환이나 환불 처리는 같은 건물 2층 매장에서 가능하다"고 전달했다.
샤넬이 돌연 문을 닫은 이유는 매장 앞에 들어서 구찌의 팝업스토어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샤넬 매장 앞 팝업 공간에는 '구찌 앙코라' 팝업 스토어가 들어서 있다.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운영한다. 이번 컬렉션의 주요 색상인 붉은색(버건디 레드)으로 매장을 꾸민 것이 포인트다.
샤넬은 구찌의 팝업이 샤넬 매장을 가리는 것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으나 갤러리아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불만의 뜻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일명 '에·루·샤'를 필두로 한 명품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을 좌우하는 가운데 어느 한 쪽의 편의를 봐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팝업 설치를 두고 두 브랜드와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해왔고 다소 입장차가 있어 조율을 하던 중 영업중단이 돼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경우 매장 규모가 8300평 수준으로 일반 백화점 보다 규모가 작다. 특히 샤넬 매장이 위치한 EAST관은 WEST관 보다 층고도 낮고 통로도 협소하다. 이미 좁은 장소에 높은 가벽을 세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구찌 팝업이 들어서면서 시야는 더 좁아진 상황이다. 샤넬은 이전에도 매장 앞 팝업스토어를 두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이 계약위반 사항에 들어가는 부분이라 항변을 했으나 갤러리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구찌 팝업스토어 [사진=구찌] |
◆'갑질' 행태 지적 이어지는 샤넬
그럼에도 고객들은 일방적인 샤넬의 조치가 도를 넘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고객은 "팝업이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고 샤넬 매장이 지나가다 한 번 들려보는 곳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영업 중지 사태는 샤넬의 '배짱 영업'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샤넬은 매장에 들어가려면 대기 고객 뿐 아니라 동행인의 이름과 연락처, 생년월일, 사는 곳 등까지 제출하게 하는 등 '개인정보 요구 갑질'을 벌이다 결국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샤넬코리아에 과태료 36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리셀'을 금지하는 약관을 발표한 샤넬을 비롯한 나이키, 에르메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를 받았다. 샤넬은 '구매 패턴상 재판매 목적이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뒀다. 공정위는 구매한 물건의 처분 결정 권한은 구매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을 비롯한 명품 기업들이 국내에서 유독 콧대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백화점 입점 매장이 일방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