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부동산대책 발표 100일 가까이 됐지만 약발 '미미'
정부 후속조치 박차 가하고 있지만 현실 맞닿는 정책 우선순위 '뒷전'
'공사비 갈등' ·'악성 미분양' 해결 없인 공급계획 차질 우려… 수요 뒷받침할 규제완화 절실
양도세·취득세 중과 '주택수 산정' 기준과 시점 개선해야…수요위축 문제도 풀 수 있어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1·10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3개월을 지나 100일이 다 돼 간다. 정부의 정책 효과가 하나 둘씩 약발이 들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선 피부로 와 닿는 게 거의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오히려 악화일로(惡化一路)라는 절규마저 들린다.
정부는 당시 대책 발표의 주요 방향을 주택공급 활성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금융권 및 건설사 연쇄도산을 막는데 최우선으로 삼았다. 인허가 실적과 착공 물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위축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의 '사실상 폐기' 등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1기신도시(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앞세운 '속도전'도 제시했다. 웬만한 행정적 절차들을 단축시키고 도심의 주택공급을 앞당겨 공급난을 해소해 보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가 분명했다.
정부는 또 당장 공급실적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PF의 브릿지론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지원책과 함께 부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통정리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개정안 시행령 및 시행규칙 입법예고 등의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발표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행보를 보였다. 또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업계 간담회를 수시로 열고 산하 기관들을 독려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시장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의 평가는 차갑기까지 하다. 해법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공사비 갈등' 문제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은 법정싸움으로 번지는 등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도심공급의 핵심인데 민간 공급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이는 갑자기 튀어 나온 문제가 아니다. 자잿값, 인건비 등 건설비용 폭등은 팬데믹이 끝나가는 2022년부터 지속돼 온 문제다. 여기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적용되니 조합원의 부담금이 크게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재초환의 문턱을 낮췄다고 하나 조합원은 '이중 부담'에 버거워 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공급을 진척시키기 어렵게 됐다. 민간의 영역에서 정부가 대놓고 개입하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이 강구됐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재초환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부담금'과 '분담금'을 안고 가는 문제는 1기신도시의 통합재건축까지 여파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조합의 의지가 꺾이면 도심공급의 여력도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PF 대출 부실 문제도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고 하나 뚜렷하게 나아진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수조원, 수십조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재개 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미분양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6만3000여 가구다. 과거 미분양 물량이 12만~13만 가구에 달했을 때보다 낮지 않냐고 비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그때의 금융비용 부담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10여 년 전 금융 단위 규모가 다르고 현재 부담해야 할 고금리의 이자비용도 당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악성 미분양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1만1000여 가구로, 3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건설사의 부실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미 미분양의 무덤이 돼 버린 지방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고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안팎의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도 급증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시중에 '4월 위기설'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PF 대출 부실과 미분양 적체는 이제 업계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와 민간 연구기관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대표적인 게 주택 수 산정 문제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주택 수 산정여부뿐 만아니라 분양권, 입주권을 다주택자로 포함시키는 기준과 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매겨지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중과가 여전히 남아 거래를 위축시키는 규제 요인이 되고 있다.
신축 소형주택과 지방 준공 후 미분양(6억원·85㎡이하)에 대해선 '주택수 제외'를 허용해 주긴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낙수효과' 없인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괜한 우는 소리가 아님을 귀담아야 한다. '투기 조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실기(失期)하지 않길 바란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