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위기 태영 워크아웃절차에 추가 자금지원 받으면서 위기 넘겨
PF 정상화에 건설·금융업계 모두 '불만'…정부, 부실사업장·좀비기업 솎아 내는 과정 '딜레마'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부 노력에도 한계 분명…4월 총산 결과에 따라 '부메랑효과' 우려도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살얼음판이다. 설 연휴가 훨씬 지났건만 건설업계가 활력을 되찾기 보단 위기 징후가 잇따르는 등 우울한 소식뿐이다. 실제 올 들어 5개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가 난 것으로 확인됐고 건설업을 포기하는 중소업체의 폐업이 565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심지어 이른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發) '4월 위기설'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4월 총선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갈 건설사 수와 실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지라시까지 돌면서 더욱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2.22 photo@newspim.com |
정부는 이에 대해 펄쩍 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부동산 PF 문제가 상당수 정리 중이고 위기설의 근거가 뭔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정부 관리 하에 정리할 사업장은 정리하고 유동성도 적절하게 공급하고 있으니 건설사에서 금융권으로 이어지는 연쇄부도와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 뇌관이 터질 뻔 한게 태영이었으나 여러 고비를 넘기고 있다. 태영은 논란 끝에 워크아웃 절차가 들어갔고 최근 협력업체의 대금지급 논란에 채권단이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쏴주기로 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정부는 1·10대책을 통해 PF 정상화에 유동성 공급을 2배로 확대키로 했지만 지원을 받아야 하는 건설업계나 지원을 해줘야 하는 금융권 모두 실제 현장에선 불만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특히 PF 위기에 빠져 있는 시행사들은 "제2금융권이 부실 사업장은 만기 연장으로 이자장사를 계속하는 대신, 알짜배기만 매각해 자금 회수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금융권은 업계대로 반복되는 PF 위기에 매번 폭탄 책임을 떠안기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다.
정부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부실 사업장은 털어내고 좀비기업은 솎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칫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으니 정부로선 딜레마 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분양 우려가 큰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도와 폐업사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PF 재구조화 및 구조조정에 산하 공기업을 동원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겐 PF대출의 대환 보증을 서도록 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겐 PF 사업성을 검토한 후 매입해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에 매각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위기를 돌파하기엔 근본적 처방으로 보긴 어렵다. 결국 근본적 해법은 고금리에서 벗어나야 하고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돼야 풀릴 일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의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 설문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다. 이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6%는 현재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건설기업 10곳 중 7곳은 이자내기도 버겁다는 얘기다.
비단 기업 뿐 만 아니라 가계의 고통도 한계치에 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였지만 이젠 저성장의 늪에 빠지기 전에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겨야 할 때이다.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다시 쌓이는 이유도 고금리 탓이다.
그나마 최근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켜졌다. 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5개월 만에 늘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가 끊기면서 나타난 거래절벽 현상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로 독려한 정부정책의 영향이 '기저효과' 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또한 정부정책금리에 따라 출렁이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달 29일 신생아 특례가 시행되긴 했지만 수혜층이 제한적인 만큼 시장의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 계획 발표와 규제해제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분위기를 띄우는 효과가 있겠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되레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4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