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포동리 부근 전투' 참전 중 전사
유해 발굴 20년 만에 유전자 검사로 신원 확인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국가를 지키기 위해 33세 나이에 아내와 어린 남매를 남겨 두고 자원입대한 6·25전쟁 국군 전사자가 17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이날 "2004년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를 6·25전쟁 당시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서 전사한 고 차말줄 일병으로 지난달 18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래로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29명으로 늘었다.
[수원=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11월 28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리츠호텔에서 열린 서울·경기 남부지역 유가족 초청 6·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 설명회에서 유족들이 사진, 유품을 관람하고 있다. 2023.11.28 photo@newspim.com |
특히 고인은 1970년 훈련 중 수류탄을 온몸으로 막아내 소대원을 구한 고 차성도 중위의 삼촌으로 확인됐다.
고 차성도 중위는 울산 출신으로 육군3사관학교 1기로, 1970년 1월 17일 육군소위로 임관해 육군 27사단 소대장으로 부임했다.
그해 5월 13일 소대 야간방어훈련 중 한 병사가 수류탄 투척을 위해 안전핀을 뽑다 실수로 놓치자 몸으로 수류탄을 덮어 부하들을 구한 뒤 자신은 복부파열상으로 순직했다.
20년 전 발굴된 고인의 신원은 매우 어렵게 확인됐다고 국유단은 설명했다. '6·25전쟁 당시 적군과 교전으로 사망한 군인 여러 명을 매장했다'는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2004년 9월경 전문 발굴병력을 투입해 고인의 유해를 발견했다.
국유단은 2010년 9월, 고인의 아들 차성일(1949년생) 씨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국유단이 과거 유전자 분석이 이뤄진 유해 중에서도 특히 전사자가 다수 발굴된 지역의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를 더 정확한 최신 기술로 다시 분석해 올해 3월 부자 관계임을 최종 확인하게 됐다.
고인은 국군 제5사단 소속으로, 여러 전투를 거친 후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 참전해 전사했다. 고인은 1917년 3월 울산광역시 중구에서 3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유가족 증언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고인은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국에서 기름을 수입하는 정유회사에 근무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
이후 결혼해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으며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던 중 인천상륙작전 다음 날인 1950년 9월 16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남기고 33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자원입대했다.
고인은 국군 제5사단 소속으로 '영남지구공비토벌'에 참전했고, '가평, 청평, 춘천지구 경비'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1951년 2월 중공군의 제4차 공세에 맞서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 참전 중 1951년 2월 8일, 34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아들 차성일 씨는 "험난한 산꼭대기를 수차례 오르내리며 아버지를 찾아준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난다"며 "노력해주신 국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울산광역시 보훈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며, 제공하신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국유단 관계자는 "탐문관들은 각지에 계신 유가족을 먼저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유전자 시료 채취를 희망하고 계시지만 거동 불편, 생계 등으로 방문이 어려우신 유가족께서는 대표번호로 언제든 연락 주시면 직접 찾아뵙고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드린다"고 밝혔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