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국립대 의대생들, 총장 상대 가처분
"가처분 신청할 사법상 계약 소명 안돼"
국가 상대 가처분은 행정법원으로 이송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방국립대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내용으로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지 말라며 각 대학 총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30일 충북대·강원대·제주대 의대생들이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을 상대로 낸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3건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의대생들이 2월 20일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 관계자들이 출입하고 있다. 2024.02.20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대학 총장은 의대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대학의 총장일 뿐이고 대교협 또한 각 대학의 장이 변경하는 입시계획을 승인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단체일 뿐이다"라며 의대생들이 각 대학 총장, 대교협과 어떠한 사법상 계약관계에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과 대교협을 상대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어떠한 피보전권리가 있다는 점이 전혀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입시계획 변경이나 변경 승인이 강행법규인 고등교육법 제34조의5에 위반되는 등으로 무효라고 하더라도 의대 입학정원 증가에 따라 의대생들의 법적 지위에 불안·위험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의대생들에게 입시계획 변경이나 변경 승인의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들 사이에 의학교육에 관한 사법상 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대학 총장이 어떠한 수준의 의학교육을 제공하기로 약정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의대생들이 주장하는 헌법 제31조나 교육기본법의 각 내용, '재학' 계약의 내용만으로는 특정 수준의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거나 특정 수준의 의학교육에 관한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대 입학정원의 규모 또는 의대에서 받게 될 의학교육의 질에 관한 예측이나 기대는 추상적·간접적인 사실상의 기대에 불과하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입시계획 변경 및 변경 승인이 이뤄져 의대 정원이 증가되는 경우 의대생들의 학습권 중 핵심적인 부분이 침해될 정도로 현저히 낮은 품질의 교육서비스가 제공되게 되는지 여부 및 의대 시설·설비 등 교육환경의 미비 정도가 객관적으로 현저해 수인한도를 초과하게 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통해 판단돼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가처분 신청 중 국가에 대한 부분은 서울행정법원에 관할이 있다는 이유로 이송 결정됐다.
재판부는 "국립대 재학생들이 국립대 운영주체를 상대로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금지를 구하는 이 부분 신청은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으로서 그 법률관계의 한쪽 당사자인 국가를 채무자로 하는 소송에 해당한다"며 "행정소송법 제3조 2호에 규정된 당사자 소송으로 봐야 하고 이는 일반 민사법원이 아니라 행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국 의대생들과 전공의, 의대 교수, 수험생 등은 정부를 상대로 2000명 증원·배분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라며 모두 각하 결정했다.
정부는 당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하다 지난 19일 2025년도 신입생 모집에 한해 증원된 정원의 50~100%의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하기로 허용했다.
이에 의대생들은 각 대학 총장을 상대로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금지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도 신청했다.
다만 이날 의대 증원 처분의 집행정지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의 결정에 따라 오는 5월 중순까지 각 대학 총장의 입시요강 발표나 대교협의 승인 등 관련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
해당 재판부는 이날 정부 측에 "내달 중순 전까지 결정할 테니 그전에는 최종 승인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