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한동훈·이복현 등 대거 발탁
대통령실 참모진에 '윤석열 사단' 다수 포진
"동질 집단 과도하면 집단사고...비합리적 결정하게 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년 인사(人事)에 대한 총평은 '검찰 출신 독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의도 정치' 경험 없이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윤 대통령의 경력상, 검찰 출신 인재에 더 눈길이 쏠리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
전문가들은 민심 오판의 원인 중 하나로 편중 인사를 지적하며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재풀에서 벗어나 잘 모르더라도 전문성 있는 인사를 과감히 발탁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1.23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취임 후 대통령실과 내각 첫 인선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법무부 장관에는 검찰 시절 '최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한동훈 장관을 임명했다. 한 장관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빠진 국민의힘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최측근임을 입증했다.
또한 정계에 오래 몸담았지만 검찰 출신이며 서울대 동문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각각 임명했다. 이밖에 법무부 차관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4차장검사였던 이노공 차관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에는 대검 시절 아꼈던 조상준 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검찰 출신 중 가장 파격적인 인선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윤 대통령은 통상 금융권 인사들이 자리했던 금감원장에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특수4부장으로 신임했던 이 원장을 발탁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원장은 4·10 총선 참패 후 이뤄진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에서 법률비서관을 격상한 가칭 법률수석비서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법률수석은 신설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폐지했던 민정수석비서관실을 2년 만에 복원했다. 초대 민정수석에는 서울대 동문에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해 검찰 출신 인선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1기 참모진에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검찰 시절 손발을 맞췄던 인사들이 대거 입성했다.
인사기획관에는 검찰총장 시절 대검 사무국장이었던 복두규 기획관, 법률비서관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인사검증을 맡았던 주진우 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윤 대통령이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던 시절 함께 근무했던 이시원 비서관, 인사비서관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당시 특수부 검사로 '윤 사단 막내'로 불린 이원모 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주 비서관은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지지세가 높은 부산 해운대갑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 비서관은 당초 서울 강남을 공천을 희망했지만 비판 여론에 험지인 경기 용인갑에 공천받았지만 낙선했다. 이후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다시 용산에 입성하며 여전히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움을 입증했다.
총무비서관에는 검찰총장 시절 대검 운영지원과장이었던 윤재순 비서관, 부속실장에는 검찰총장 시절 비서관이었던 강의구 실장을 발탁해 대검찰청 살림꾼들에게 대통령실 안살림을 맡겼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 임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2024.05.07 photo@newspim.com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인사는 간단히 말해 자기가 아는 사람을 앉히려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런데 정치라는 건 자기가 몰라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아는 사람만 자꾸 발탁하려 하니 검찰 출신이 자꾸 는 것"이라며 "모르는 사람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인사를 이제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도 통화에서 "동질적인 검사 출신 인사들이 너무 많아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다양한 판단,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하게끔 막았다"며 "특정 직업군이 너무 많이 기용되는 바람에 민심 청취에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총장은 그렇게 해도 되는데 대통령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동질적인 사람들이 같이 있다 보면 '그룹 싱킹'(집단 사고)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게 되면 이견이나 쓴소리를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출신 일색의 인사로 민심을 오판했고 총선에서 심판받았으니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며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을 발탁, 배치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참모들로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