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계약, 공인중개법상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공인중개사는 부동산매매계약 등 과정에서 권리금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대차계약과 달리 통상적인 권리금은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주고받는 만큼, 공인중개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피고인 A씨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소속 공인중개사이고 피고인 B씨는 해당 공인중개사사무소의 개업공인중개사이다.
이들은 2020년 8월 6일경 성남시 분당구의 한 어린이집 부동산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종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계약서인 '컨설팅(인가용역, 시설·권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25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행정사가 아님에도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를 작성했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 등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별다른 죄를 짓지 않으면 형을 면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권리금은 상가건물의 영업시설·비품 등 유형물이나 거래처, 영업상의 노하우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대가"라며 "영업권의 양도에 따라 권리금계약을 중개하고 권리금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공인중개사의 업무범위로 정한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실무상으로 권리금계약과 임차권양도계약이 일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우 공인중개사가 이를 함께 중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실무가 일반 상거래의 관행으로 의심없이 정착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임차권양도계약이 공인중개사의 중개범위에 속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임차권양도계약에 따른 공인중개사법상 효과가 미치는 것에 불과할 뿐, 권리금계약이 예외적으로 공인중개법상 중개행위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끝으로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컨설팅계약이라는 제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그 내용은 실질적으로 어린이집 영업권 양도에 따른 권리금계약이 분명하다"며 "피고인들도 권리금계약서를 중개해 작성할 경우 행정사법위반의 문제가 생길 것을 의식해 컨설팅계약이라는 제목으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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