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피자, 3달러 이상 팁에 3달러 할인 쿠폰 제공
팁플레이션에 지친 미국인들
각박한 팁에 그만두는 피자 배달원 늘어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당신이 팁을 주면, 우리도 팁을 줍니다.(You tip, We tip)"
지난달 말 미국의 피자 레스토랑 체인 도미노피자가 시작한 프로모션의 광고 문구다. 도미노는 오는 9월 중순까지 피자 배달원에게 3달러 이상의 팁을 주는 온라인 주문 고객에게 3달러의 할인 쿠폰을 주기로 했다.
해당 프로모션은 최근 몇 년간 팁 피로감(Tip fatigue)이 일상이 된 미국인의 심리를 읽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 홍보물에서 도미노는 고객들을 향해 "팁 스크린에 지쳤나요?"라고 묻는다.
도미노의 케이트 트럼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는 "요즘은 어디를 가든 팁 화면이 있고 추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도 팁에 대한 압박은 현실"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각본을 뒤집고 고객에게 팁을 돌려줌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프로모션은 미국인들이 팁을 주는 것이 점차 인색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따박따박 서비스에 대한 팁을 내놓던 미국인들은 최근 몇 년간 진행된 '팁플레이션(Tipflation)' 속에서 팁에 점점 더 소극적이다.
도미노피자의 '유 팁, 위 팁' 홍보.[이미지=도미노피자 캡처] 2024.05.11 mj72284@newspim.com |
뉴욕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존 김 씨는 "예전엔 발렛 파킹 서비스를 받으면 2~5달러 정도를 직원에게 팁으로 건네곤 했는데 요즘엔 그냥 넘어가는 편"이라며 "여기저기서 팁을 요구하는 통에 팁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선 잠시 심적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동 세차장에서 걸레를 들고 차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아주는 직원 옆에도 팁 박스가 여전히 서 설치돼 있지만, 굳이 창문을 열고 팁을 주려는 고객들은 이전만큼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식당 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계산 시 팁 스크린을 들이 내밀지만 고객들은 점차 '죄책감에 팁 주기(guilt tipping)'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화면에 표시된 전체 가격 대비 비율(%)만큼 팁을 선택하는 대신 사용자(custom)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을 꺼내 세전 가격에서 자신이 내고 싶은 만큼 팁을 적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화면에 적힌 대로 과도한 팁을 내기보다는 잠시 민망함을 견디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이다.
미국인들이 두둑한 팁을 주는 것을 점점 더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은 설문조사에서도 체감된다. 쿠폰버드가 최근 1199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분의 3의 응답자는 팁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은 이전보다 팁을 적게 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 중인 도미노의 팁 프로모션은 단순히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팁이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달원들이 팁 수입이 적어 빈번히 일을 그만두면 영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도미노의 한 배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팁은 우리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배달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적은 팁이나 팁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우리는 직원들을 잃고 빈번한 이직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플레이서ai의 RJ 호토비는 "배달원을 고용하기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도미노의 정책은 기존 배달원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새로운 배달원을 고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