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전기차·배터리·철강·반도체 등에 관세 최대 25%→100% 인상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 "우리 기업에 불리한 것 아니야", 산업계 영향 촉
中 가격 경쟁력 약화, 전기차·배터리는 '반사이익' 기대…철강은 우려
[서울=뉴스핌] 채송무 김아영 기자 = 미국이 전기차와 배터리, 철강,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발표하면서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극대화될 전망인 가운데 우리 산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는 현 7.5%에서 25%로, 리튬이온 비 전기차 배터리는 현 7.5%에서 25%로, 배터리 부품 역시 7.5%에서 25%로 각각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
[워싱턴 신화사 = 뉴스핌 특약]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미국 정부는 연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역시 현재 0~7.5%에서 25%로 인상하고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도 현재 25%에서 2025년까지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태양 전지에 대한 관세는 태양 전지 모듈의 조립 여부와 무관하게 현행 25%에서 올해 50%로 올린다.
더욱이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기차 외 다른 자동차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다른 많은 품목들에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이같은 대중국 강경책은 향후에도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윤진식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은 미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에 "현재로는 우리 기업에 그렇게 불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평가하는 등 우리 산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한 영향력 분석에 나섰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차] |
◆완성차 업계 "영향 제한적", 어부지리 이득은 기대
"유럽도 미국에 동조 가능, 한국 선전한다면 명품 전략 가능"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에 수출하는 소재 부품도 적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미국의 발표 만으로는 일단 영향이 크지 않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북미 지역에서 중국차의 판매는 크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경쟁자가 아니었다"면서 "부품까지 포함하면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만, 지금 현재로는 영향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직은 중국에 비해 전기차 가격이 비싸다 보니까 우리가 품질은 앞서감에도 경쟁력에서 뒤진다는 평가가 많았다"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로 중국 전기차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 우리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유럽도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위기감이 있어 미국과 동조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시장에서 우리가 선전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소득이 있는 이들은 한국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른바 명품 브랜드 전략"이라고 말했다.
합작법인 본사가 우선 들어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서울=뉴스핌] |
◆배터리 업계 '일단 호재', 북미 시장 경쟁력 강화 전망
국내 배터리 업계 역시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일단 호재'라고 판단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전기차 회사에 판매하는 배터리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물량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관세 확대로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시장에서 품질보다는 가격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 중국의 CATL은 최근 배터리 원료인 탄산리튬을 공급하는 회사들에 공급가 10%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터리 3사는 미국의 규제로 북미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북미는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 총력전이 벌어질 곳 중 하나로 언급되는 곳이다. SNE리서치는 "올해 주요 전기차 시장이 모두 완만한 성장세에 들어갔다"며 "2~3년 내 유럽과 북미에서 안정된 공급망을 갖춰 가격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에 신규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북미에서만 총 352GWh(기가와트시)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삼성 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 2곳을, SK온은 포드와 켄터키·테네시주에 합작법인 3곳을 건설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겠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어지고, 북미 시장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후판.<사진=현대제철> |
◆반도체업계 "中 수출 물량 없어 영향 적다"
철강은 '악재', 북미 수출길 막힌 中 제품 저가 공세 우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의 결정에 대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반도체는 구형 제품으로 대부분의 기술을 해외 설계 및 제조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더욱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구형 반도체 제품 역시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첨단 반도체를 위주로 하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영향이 없을 수밖에 없다.
반면, 철강업계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은 우리 철강업계에 수출 쿼터를 적용해 중국산 철강에 대한 제재가 우리에 대한 이득으로 돌아올지 여부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그러나 불이익은 분명하다. 북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이 가까운 한국에 저가 수출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미 우리 철강사들은 주력인 내연강판과 후판 등에서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으로 인해 피해가 크다는 입장이다. 철강은 무게와 부피로 인해 높은 이동이 쉽지 않은데 가까운 한국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와 미국, 중국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 통상 질서 교란, 불확실성 높아질 것" 우려도
한편, 미국의 이같은 조치로 미중갈등이 거세질 전망이어서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 발표 이후 "자국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배터리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 중에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곳도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올라간다는 자체가 업계 전체에 안 좋을 수 있다"며 "현재 시점은 유불리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으로, 미국의 관세 확대가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동수 산업통상연구원 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 같진 않다"며 "중국이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차 경쟁력은 여전해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 신흥시장을 완전히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국제 통상 질서가 교란된다는 점에서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