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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앤아웃] 1998년 이종범 vs 2024년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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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첫 해 찾아온 이종범 부자의 데자뷔 부상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26년 전 일이니 그야말로 '라떼' 얘기다. 1998년 여름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무작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취재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아이치현 나고야시. 7월 22일 나고야돔구장에선 일본프로야구 올스타 1차전(2차전은 23일 지바 마린스타디움)이 열렸다. 전반기에만 7승을 올린 조성민(요미우리 자이언츠·사망)이 감독 추천 선발투수로 센트럴리그 올스타에 합류하자 부랴부랴 출장 계획을 짰던 것이다.

주니치에서 친정팀 KIA로 돌아왔을 때 젊은 시절 이종범 모습. [사진=KIA]

마침 나고야를 홈구장으로 쓰는 주니치 드래곤스엔 '태양' 선동열과 그 해 합류한 '야생마' 이상훈, '바람' 이종범이 뛰고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주니치 삼총사도 만날 계획이었다.

전년도 올스타 선동열은 변함없는 위력을 뽐냈지만, 센트럴리그엔 '대마신(大魔神)'으로 불리는 마무리투수 사사키 가즈히로(요미우리)가 버티고 있어 이번엔 뽑히지 못했다. 이상훈은 시즌 초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

이종범은 일본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무시무시한 공격형 내야수로 올스타 유격수 부문 투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그러나 6월 24일 한신 타이거스 선발투수 가와지리 데쓰로의 공에 맞아 오른쪽 팔꿈치 복합 골절상을 당해 병실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좌충우돌 일본 나고야 취재기

나고야에 도착하자마자 주니치 한국 통역사를 급히 수배해 올스타전 취재 ID카드를 부탁했다. 그러나 이런 '급행열차 타기'가 차라리 미국이면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스케줄대로 움직인다는 일본에서 통할 리가 있나.

이제야 밝히는 것이지만 결국 기자는 나고야 호텔방의 TV 앞에 앉아 일본어로 방송되는 올스타전을 보며 '생생한 현장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경기가 끝나자 난리가 났다.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마무리한 조성민이 극심한 오른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제대로 탈이 나고 만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일본 방송을 눈으로 씹어가며 기사를 쥐어짜내느라 곤욕을 치렀던 그날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엔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특히 해외에선 꿈도 못 꿨다.

그리고 다음날 이종범의 일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종범은 연신 "이따이 이따이(아프다, 너무 아프다)"라고 익살을 떨면서도 "구단 내규상 부상 중에 기자를 만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간 1억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에 성공한 이정후.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렇다고 물러서면 한국 기자가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도 무작정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쳐들어갔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이종범은 보기엔 멀쩡해보였다. 부상 이후 한 달이 지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성민도 그랬지만, 이종범도 이 때가 선수 생활의 정점에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이번엔 주니치 구단을 무작정 찾아갔다. 이번엔 선동열과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선동열은 '당연히' 바로 만나줬다. 사실 일본은 선수 취재도 개별 인터뷰인 경우 예약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호시노 감독은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요미우리에 '홈런왕'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이 있다면, 주니치엔 '카리스마왕' 호시노 감독이 있었다.

그래도 통역을 통해 바득바득 구단에 졸라 인터뷰 허락을 받았다. 구단 프런트가 호시노 감독에게 그래도 한국에서 찾아온 기자인데 잠깐이라도 만나주길 애걸복걸한 결과였다.

이런 사정도 모른 채 기자는 들뜬 마음으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있던 호시노 감독의 바로 옆에 다리까지 꼬고 앉아 단독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느새 일본 기자들이 더그아웃을 가득 둘러쌌다. 그 어렵다는 호시노 인터뷰를 간접 취재라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했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통역사는 벤치 앞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거의 머리를 땅에 붙인 채 통역을 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프로야구 감독의 권위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상대는 호시노였다. 천하의 김성근 감독조차도 네 살 이상 어린 호시노 앞에선 예를 갖췄으니 할 말 다했다.

◆이종범의 부상 두 달 후 태어난 한국 야구의 축복 이정후

또 여담이 길어졌다. 기자가 좌충우돌 일본 취재를 마치고 귀국한 한 달 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태어났다.

이종범은 이제 몸쪽 공이 오면 예전과 달리 몸을 사리게 됐고, 번개 같은 스윙 스피드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데이터 야구를 하는 일본 투수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당겨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몸쪽 공이 오면 빗맞은 땅볼이나 높이 뜬 공이 나오기 일쑤였다. 70~80m는 족히 가던 강하게 멀리던지기는 40~50m로 줄어들었다.

호시노 감독이 극찬했던 이종범의 근성은 사라져갔고, 수비 포지션은 외야수로 옮겨야 했다. 결국 남은 것은 도루 능력과 미래에 자신을 능가할 아들 정후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파크를 둘러보고 있는 이종범 부자. 왼쪽은 이종범의 아내 정연희 씨. [사진=로이터 뉴스핌]

급기야 호시노 감독은 언론에 대놓고 이종범을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구타 사건까지 일어났다. 물론 당시만 해도 구타는 관행이었다. 이종범이기에 차별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원형탈모증마저 겪은 이종범은 2001년 시즌 중 짐을 싸서 그 해 간판을 해태에서 KIA로 바꾼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이후 이종범은 무려 11시즌을 더 뛰었지만 2003년과 2005년만 3할 타자에 올랐을 뿐 장롱 속에 차고 넘치던 개인 타이틀은 1개도 차지하지 못했다.

1993년 데뷔해 5년간 한국 프로야구 공격 전 부문의 역사를 다시 썼던 '야구 천재' 이종범이 그날의 부상만 없었다면 어땠을까. 이종범을 어릴 때부터 그라운드에서 지켜본 기자는 이정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요즘처럼 이종범이 '이정후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공교롭게도 이정후 역시 메이저리그 입단 초인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에서 외야 수비 중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펼치다가 왼쪽 어깨 관절연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당했다. 마치 이종범의 데자뷔를 보는 느낌이다.

13일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뒤 의료진과 코칭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이정후.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이정후가 그 전에도 여러 차례 부상을 극복하고 우뚝 선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데뷔 2년차인 2018년 6월 슬라이딩을 하다 같은 부위에 파열 진단을 받았지만 한 달 만에 회복한 뒤 다시 펄펄 날았다. 10월에도 수비 중 비슷한 부위를 다쳐 이번엔 수술대에 올랐지만 6개월로 예상된 재활을 4개월로 앞당겼다.

이정후는 지난해 7월엔 왼쪽 발목 통증을 느껴 수술을 받은 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그라운드로 씩씩하게 돌아왔다. 우투좌타인 이정후는 공을 던질 때나, 타격할 때 오른쪽 어깨를 많이 쓰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1998년 이종범의 부상과 맞바꿔 대를 이어 찾아온 한국 야구의 축복인 이정후가 건강한 몸으로 그라운드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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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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