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끝내 부결…野 22대 국회서 재추진 예고
尹, 전세사기특별법 등 거부권 예상…21대 법안 전부 폐기
신율 "22대 국회, 극한 대립 심해질 것…정치 복원돼야"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21대 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막을 내렸다.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에 협치는 사라지고 정쟁만이 남은 21대 국회. 거대 의석을 손에 쥔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없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했고, 의석이 부족한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의존했다.
이러한 양상은 22대 국회에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에서 야권(더불어민주당 175석·조국혁신당 12석·개혁신당 3석·진보당 1석)은 21대 국회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며 힘을 얻은 반면 여권(국민의힘 108석)은 집권 2년 차 총선인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야권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각종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결국 민생법안은 외면당한 채 정쟁을 유발하는 '특검법'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고 있다. 2024.05.28 pangbin@newspim.com |
지난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 절차에서 재석 의원 294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으로 최종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니 결과를 지켜본 뒤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부결'을 당론으로 모았다. 반면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생법안은 여야의 정쟁 속에 외면 받았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으며,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또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민주유공자법과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사업을 위한 지원법,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민주당만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여야가 합의되지 않았으며, 사회적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무리한 법안인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날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1대 국회 임기 종료에 따라 법안들은 모두 폐기된다.
21대 국회 초반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에는 검수완박법을 통과시켰다.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노란봉투법 등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까지 10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전날 통과된 5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집권 3년차에 총 15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야당이 의석을 내세우며 합의보다 단독 처리 강행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헌법에 보장된 거부권 행사만이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4.05.27 leehs@newspim.com |
반복된 정쟁 속에 민생법안은 늘 뒷전이었고, 결국 21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전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특별법(고준위법)'은 여야가 합의를 이뤘지만, 채상병 특검법으로 인한 정국 상황으로 인해 상임위원회가 열리지 못했다. 또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구하러법'도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폐기됐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여야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보험료율 13% 인상에는 뜻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이후 막판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 안을 받겠다며 모수개혁안 만이라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며 22대 국회에 공을 넘겼다.
22대 국회 개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망은 어둡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 견제를 위해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그간 관례에도 부합하며 다수당의 폭거를 제어할 최후의 보루인 법사위원장과 정부여당의 소통창구인 운영위원장을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대 국회 전망에 대해 "지금보다 더 극한 대립일 것"이라며 "여야를 인정해야 하고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거부권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거부권을 왜 많이 쓰게 했느냐라는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야당이 이렇게 단독으로 법안 통과를 시키는 것도 최다일 것이다. 툭하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인을 놔두고 결과만 가지고 '왜 그랬냐'라고 얘기하는 것은 논리적인 타당성이 없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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