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순 가입자수 2021년 이후 첫 1만명대
전환지원금+이통사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 영향
"가격 말고도 경쟁력 갖춰야" 주장도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정부가 이동통신사 간 경쟁 촉진을 위해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한 지 세 달이 지났다. 하지만 당초 정부의 의도인 이통사 간 경쟁보다는 알뜰폰 가입자수 성장 둔화만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통 3사의 번호이동 가입자수는 모두 전월보다 10% 이상 늘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 집단상가의 모습. [사진= 뉴스핌 DB] |
LG유플러스가 1만1642명이 늘며 전월 대비 13.2%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고 KT가 8092명으로 전월 대비 10.7%, SK텔레콤이 1만1928명으로 10.4% 늘었다.
알뜰폰(MVNO)의 번호이동자수 역시 2만2736명으로 전월 대비 10.2% 늘었다. 지난 5월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번호이동을 한 이용자수는 5만9276건이었고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이용자수는 7만3727명이었다.
알뜰폰의 5월 번호이동 순증 가입자수는 1만4451명이다. 올해 1월 7만8060건과 비교하면 82%가 줄었다. 알뜰폰의 번호이동 순증 가입자수가 월 2만건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이통사들은 번호이동 건수가 늘고 있다. 월 번호이동 건수만 봐도 SK텔레콤은 1월 10만5000건에서 5월 12만7019건으로, KT는 1월 7만2406건에서 5월 8만3677건으로, LG유플러스는 1월 7만5504건에서 5월 10만23건으로 모두 늘었다. 반면 알뜰폰은 1월 30만7153건에서 5월 24만4654건으로 20% 넘게 줄었다.
정부가 이통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했지만 이통사 간 번호이동 경쟁보다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이탈이 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알뜰폰 가입자수 둔화는 이통사들의 5G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 출시도 영향을 미쳤다. 알뜰폰 이용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자급제 단말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이통사들이 5G 다이렉트 요금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KT가 먼저 출시한 5G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는 이후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에 맞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등 이통 3사도 출시했다.
특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만원대의 5G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를 출시해 결합할인까지 더해질 경우 알뜰폰 요금제보다 요금이 떨어지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알뜰폰업계는 전환지원금과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가 알뜰폰업체들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전환지원금을 통한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알뜰폰업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다이렉트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 요금제보다 싸게 출시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알뜰폰사업 자체가 지나치게 정책 의존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낮은 가격 외에 소비자를 끌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알뜰폰 사업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알뜰폰사업자들이 이통사들의 가격 인하 등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정책 의존적 사업자다 보니 시장의 한계가 도래한 면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위원은 "전환지원금이 시행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시장의 구도 자체를 바꾸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알뜰폰업체도 가성비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의 변화를 유도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