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세종청사, 4차 전원회의 개최
경영계 "수용능력 달라…업종별 차등적용해야"
노동계 "최저임금에 대한 차별·차등 사라져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이 불과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적용 대상 확대 등 쟁점 사안을 놓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거듭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만 놓고 보면 경영계는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해 노동계는 본질에서 벗어난 주제라며 반대한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주장하며, 특수형태근로자(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근로자'들을 최저임금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 경영계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 vs 노동계 "사회 갈등 유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적용 방식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3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가 발언하고 있다. 2024.06.13 jsh@newspim.com |
우선 경영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고수했다. 앞선 회의에서도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 업종별로 큰 차이가 있다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을 주장했다.
경영계는 아직까지 최저임금 차등 적용 업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경영계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대해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올해는 가사서비스 등 돌봄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경영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 측 대표로 나선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법상 우리 위원회에 심의사항으로 명시되어 있는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시급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사용자 측 대표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지불 능력이 취약한 기업들이 낮은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지불 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도록 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며 형평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해서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업종의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면서 "한계 산업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 등 자발적 거래에 기초한 시장 기능에 따라 이뤄져야지 최저임금을 높여서 구조조정을 유도할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본부장은 "구분 적용을 하게 되면 그 업종은 낙인 효과에 따라 구인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구인난을 겪는 소기업, 소상공인은 그나마 경영 상황이 좋아 신규 채용에 수요가 있는 기업으로, 구분 조정과 관계없이 적정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면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으며 이런 기업들의 비율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계 측 대표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향한 최저임금법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헌법과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차별과 차등 이런 말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계 측 대표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앞으로 남은 법정 심의 기간을 고려하게 되면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와 같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심의는 최소화하고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본격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노동계 "도급 근로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 vs 경영계 "현실적 불가능"
도급 근로자 확대 적용 여부를 놓고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평행선을 달렸다.
노동계는 배달라이더와 웹툰작가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들을 위한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노동자성이 인정된 이들 도급제 근로자를 최저임금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취지다.
근로기준법상 도급제 근로자란 도급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일의 완성을 대가로 보수 등을 지급받으면서, 일의 완성을 위해 도급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는 자로 명시돼 있다.
노동계는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하기가 적당하지 않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는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라 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법이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며 "하루라도 일을 못 하면 먹고 살기 어려운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에게 소송을 통해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고,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차 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3항 도급제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별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면서 "법 명분상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을 요구한 것은 사용자 위원들"이라며 "그런데 유권해석을 발표하니까 신뢰할 수 없다고 다른 유명 로펌 등에 문의하자고 말 바꿈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13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6.13 jsh@newspim.com |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법 체계상 정부의 결정 권한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류 전무는 "도급 형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현행법상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닌 정부에서 결정권이 있다는 판단"이라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최저임금법 5조 3항은 별도로 적용될 최저임금이 대통령이 정한 바에 따라 정하도록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도급 형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하는 것은 법 체계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위원들은 이러한 법리적 쟁점에 대해 이번 심의 내에 결과를 받지 못하더라도 고용부가 보다 신중을 기한다는 측면에서 법제처에 정식으로 법령 해석을 신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 노동계 손을 들어줬다. 지난 3차 회의 말미에 고용부 측 특별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사용자 측이 추가 법률 검토를 요청하면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의가 종료됐다.
한편 이날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지난 회의까지 최저임금 결정단위를 갖고 논의했고, 앞으로도 사업의 종류별 구분과 결정액을 논의해야 하는데,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면서 "오늘 회의에서 최저임금액 결정단위는 마무리하고, 종류별 구분까지 논의 시작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위원님들도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7일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8월 5일까지 결정 고시한다.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7월 중순에는 의결돼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쟁점이 첨예해 심의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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