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라'는 말에 '미안하다' 답하자 살해
법원 "우발적 범행 후 심폐소생술 실시한 점 등 고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다른 남성과 교제 중인 사실을 밝힌 사실혼 관계의 동거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남성이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20년 1월부터 피해자인 B씨와 교제하다 같은 해 4월 B씨의 주거지에서 동거를 시작했으며, 다음 해 4월부터는 주거지를 옮기고 B씨와 그의 자녀 2명과 함께 살았다.
B씨는 지난해 4월부터 다른 남성과 교제하게 됐다. B씨는 같은해 5월 22일 A씨에게 다른 남성과 교제 중인 사실을 전하고, 나흘 뒤 '우리 그냥 정리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B씨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계속해서 그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B씨가 결별을 통보한 다음 날 저녁 A씨는 B씨의 주거지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B씨가 외출한 것을 보고, 다음 날 새벽 B씨의 주거지를 찾아갔다.
A씨는 거실에서 잠이 든 자녀들과 함께 누워 있던 B씨에게 '돌아와라. 정신 차려라'라고 말했으나, B씨는 '미안하다'라고 답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나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범죄행위의 전형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대 용인될 수는 없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히 B씨가 양육하던 2명의 자녀들은 이후에도 B씨의 부재 속에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자녀 2명이 그의 옆에서 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 초기부터 사건 범행을 자백하고 유족에게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한 점, 유족들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A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지 않고 우발적으로 범행에 저지른 뒤 뒤늦게나마 B씨를 구호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등을 고려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