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FOCUS 발간…"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주장
부동산PF 자기자본 투입 한국은 3% 해외는 30~40%
"자본력 높은 리츠, 사업 직접 시행주체로 육성해야"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우리나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사업주체가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부채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구조적 문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자기 자본력이 높고 개발사업을 시행해 본 경험과 전문성이 축적된 간접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직접적인 시행주체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부동산PF 자기자본비율 한국은 3%·해외 주요국은 30~40%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발간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PF 근본적 구조개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0조원 미만이었던 PF 익스포저(대출+보증)는 4년 만에 160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 대출 등 유사 PF 대출을 포함하면 무려 230조원에 이른다.
연도별 부동산PF 익스포저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6.20 plum@newspim.com |
KDI는 부동산PF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로 대표되는 낙후된 재무구조에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시행사는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극히 적은 자본을 투입하고 나머지 97%는 빚을 내서 PF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으로 높다. 미국은 금융회사가 PF대출을 취급할 때 자기자본이 총사업비의 최소 3분의 1(33%) 이상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일본과 네덜란드, 호주도 마찬가지다. 일본 도쿄의 대형상업시설인 롯폰기 힐스와 아키하바라 UDX는 자기자본을 각각 37%, 36% 투입하고 개발한 대표적 사례다.
또 해외 주요국에서는 시행사가 아닌 제3자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건설사 등 제3자는 사업주체가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이처럼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의존도는 시행사의 영세화를 지속시켜 시행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시행사는 총사업비 4000억원짜리 대규모 개발사업에 자기자본을 100억원만 투입하고 개발 완료 시 최대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고 있다.
국가별 부동산PF 자본구조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6.20 plum@newspim.com |
투입 자본은 적은 반면 수익성은 높은 구조는 소위 '한탕'을 노리는 행태가 나타나고 수많은 영세 시행사가 난립하게 된다. 2020년 기준 등록 시행사는 무려 6만개 이상이다.
제대로 된 사업성 평가 없이 제3자의 보증에 의존해 대출이 이뤄지면서 거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PF익스포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장기 추세 대비 연평균 26%(15조원)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는 2022년에는 장기 추세 대비 연평균 10%(13조원) 증가했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사업성 평가 부실, 묻지마 투자, 거시 변동성 확대를 통해 결국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면서 위험을 사회화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실이 발생하면 소규모 시행사는 이미 망하고 없다.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다 대출을 모두 갚아야 하는데 일부 대형 건설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태영처럼 무너지고 만다"고 꼬집었다.
◆ KDI "부동산PF 자기자본 최소 30% 확보·제3자 보증 폐지"
KDI는 최근 부동산PF 대출의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면 PF대출이 다시 증가해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PF문제의 원인이 명확한 만큼 중장기 개선방안도 명확하다"며 "자기자본 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증 제3자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규제 도입과 정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시행사가 PF대출을 받을 때 일정 수준의 최소 자기자본 비율을 요구하는 '직접규제'와 자기자본 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대출을 공급할 때 더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간접규제'를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엔 사업주체가 총사업가치 대비 최소 15%의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해당 사업에 대한 대출을 '고위험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분류하고 은행이 일반 기업대출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1.5배 더 쌓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는 세제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엔 시행사가 주택개발사업을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을 늘리면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LIHTC(Low-Income Housing Tax Credit)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시행사가 전체 공급가구 중 최소 20~40% 이상을 저소득층에 배정하면 정부는 해당 사업비 대비 9% 수준의 택스 크레딧을 시행사에 부여한다.
KDI는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의존도를 낮출 경우 주택공급 비용이 절감된다고 주장한다. 공사비가 줄면서 주택공급 축소가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KDI는 리츠를 직접적인 시행주체로 육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고서는 "리츠는 출자제한 규제가 없고 자본력이 높으며 개발사업을 시행해 본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츠는 주식의 30% 이상을 일반의 청약에 제공해야 하는 법적 공모의무가 있다. 공모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연기금 등 국민을 대리하는 공적 투자기관이 리츠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해야 하므로 개발이익의 사회화가 이뤄진다.
또 리츠는 리츠법에 따라 최소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어 자기자본비율이 주요 선진국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리츠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차입이 가능한데 이러한 차입 규제를 총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환산하면 최소 33%의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개발 리츠의 자기자본비율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6.20 plum@newspim.com |
실제로 지난해 개발 리츠 137개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27.3%를 기록했고, 공공부문이 관여하는 일반형 개발 리츠의 자기자본비율은 40.6%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인 PF사업장(평균 3%)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황순주 KDI 연구위원은 "부동산PF는 2011년 저축은행 위기부터 최근까지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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