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입법청문회 출석…의료공백 공방
박민수 "의사들 집단행동 예상…용산과 충분한 사전 협의"
임현택 "현 사태는 보건복지부 차관·공무원들이 만든 사태"
조규홍 "의대 증원 확충 2035년까지 필요…백지화 의사 없어"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26일 국회 청문회서 재점화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정당성을 주장하며 "의대 증원 백지화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복지부가 의사를 노예 취급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 의협, 무기한 파업 지적에 "파업은 의사기본권"…정부에도 날 세워
의정 갈등의 중심에 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입법청문회에서 공식적인 첫 대면을 가졌다. 박 차관과 임 회장은 청문회 시작 전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청문회 시작과 함께 책임론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 회장에게 "의사단체 수장으로서 정부와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환자를 뒷전으로 해서 투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 싸워야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의료단체 수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하실 의향 있으시냐"고 물었다.
이에 임 회장은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사태가 아니라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이 자리에 계신 보건복지부 차관 그리고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6.26 leehs@newspim.com |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사태 단초가 (정부가) 2000명을 증원해서 시작됐다고 보기는 하지만, 환자를 상대로 의료계가 파업을 한다는 건 우려스럽다"며 해외의 경우, 우리 지구상에 의사가 무기한 파업을 하는 경우가 있냐"고 임 회장에게 물었다.
이에 임 회장은 "복지부가 해외에서는 사례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파업은 의사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소 의원은 "세계의사협회에서 나온 것도 봤는데, 파업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영국 같은 경우는 올해 6일간 파업을 했는데 그게 최장기간이었고, 스페인 같은 경우도 2012년에 5주에 걸쳐서 파업한 경우가 있다"면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일단 병원부터 열고 나서 뭔가 협의를 시작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병원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의 타협 가능성에 대해 임 회장은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의협을 대해 왔던 것은, 그리고 의사들을 대해 왔던 것은 범죄자 취급을 했고, 노예 취급을 했다"면서 "저도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당했고, 거의 10시간 가까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대화가 되겠냐"고 발끈했다.
그러자 소 의원은 "서로 동시에 양보해 가지고라도 병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정부와 의사협회가 정말 노력을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공백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협에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도 구성됐으니 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임 회장도 "노력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 복지부 "의대 2000명 증원 결정 용산과 충분히 협의…백지화 계획 없어"
이날 복지부는 '의대 증원 2000명 확대'의 정당성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공세를 받았다.
이날 김남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차관에게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씩 증원한다고 발표하면 의사 단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충분히 예측했나"면서 "의대 증원을 발표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사들이 파업, 휴진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차관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고, 당연히 의료계 반발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했을 때 의료계 내에서는 3~4주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었다"면서 "벌써 4달 가까이 되어 가고 있고 수술량 보면 평시 대비 좀 부족하긴 하지만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면서 정부 대응을 추켜세웠다.
또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전 용산과 사전 협의가 있었냐"는 김 의원 질의에 박 차관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수시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규홍 장관과 함께 대통령실 수석 및 비서관을 만나 날짜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6.26 leehs@newspim.com |
이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4개월이 지속되는 유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풀어 가는 데 있어서 정부는 거의 강경대응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무대책과 무능이다. 현 정부로 인해 국민과 환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이렇게 길게 의료공백이 지속된 것에 대해서 담당 차관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발표와 관련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자신의 최종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에게 "의사 결정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조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또 서 의원이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데, 의료대란은 윤 정부의 갑작스러운 폭력적 의대 확대로 촉발된 상황임을 동의하는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갑작스러운 증원은 아니고 작년 1월부터 협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부는 의대 증원이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한국의 의료 성과가 좋았지만, 최근 들어 제때 진료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특히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 차관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한 것"이라며 "증원 이외에도 수가 체계나 사법 리스크 개선 등 의사들이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 철회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때 400명 냈다가 두 달도 안 돼 백지화를 선언했는데, 이번에도 백지화할 계획이 있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의료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2035년까지 1만명의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백지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