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사단장, 직권남용·업무상과실치사 고발
공수처, 수사·기소 범위 등 현실적 어려움
법조계 "공수처에 모든 관심 집중…수사 동력 유지 불투명"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고(故) 채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채상병 사건의 칼자루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수사·기소 범위 등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정치권의 '특별검사(특검)' 도입 주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동력을 유지하지 못한 공수처 수사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공수처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장성급 장교에 해당하는 임 전 사장에 대한 기소권한 또한 없다. 공수처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북청은 전일 임 전 사단장 등 3명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7여단장 등 나머지 6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6.21 leehs@newspim.com |
앞서 경북청이 소집한 수사심의위원회는 임 전 사단장 등 3명에 대해선 송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 6일 이용민 중령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임 전 사단장의 계급은 소장으로 현직 장성급 장교에 해당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것은 맞다. 다만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 등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업무상 과실치사는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공수처법 제2조 제3항과 제4항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 항목을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 직권남용과 뇌물·횡령·배임 등은 포함되지만 업무상 과실치사는 포함돼 있지 않다.
직권남용 부분도 문제가 있다. 공수처가 수사 범위와 기소 범위를 달리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어 장성급 장교는 기소할 권한이 없다.
즉 공수처가 이 부분을 수사한다고 하더라도 기소 여부 판단은 군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기소가 이뤄질 경우 향후 재판은 검찰, 공수처, 군검찰 등이 나눠 공소유지하는 복잡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의혹 초기부터 특검이 주도해 수사·기소를 진행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임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으로 채상병 수사 관련 공수처가 받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신속한 수사 결과를 요구하거나 특검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재 채상병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이목은 사망 당시 상황보다 이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들의 처리 과정에 집중돼 있다"며 "애초 경찰보다 공수처 수사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번 경찰 수사 발표 이후엔 모든 시선이 공수처에 쏠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수처의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앞서 공수처는 "과거 기록과 현재 확인된 내용을 비교하며 새 사실 관계를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선 수사력 문제로 수사가 막혔거나 정치권의 특검 추진으로 인해 수사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공수처는 모든 사건에서 수사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번 사건은 오동운 공수처장이 맡은 가장 큰 사건으로, 오 처장은 이번 사건 해결을 통해 공수처의 입지 제고를 노리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입장에선 특검이라는 외부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가뜩이나 수사 동력을 유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이번 경찰 발표로 특검 명분이 더 쌓여 공수처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이라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