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경제 로드맵' 발표...'이사 충실의무 확대' 빠져, 야당은 추진
일관된 정책 통한 신뢰 확보 중요...정부·정치권, 코리아 디스카운트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상법 개정 등 대표적 정책이 번복되거나 여야 간 대립만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일관된 정책을 통한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일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역동경제 로드맵은 상반기 밸류업 지수 간담회의 후속발표로 상장법인의 주주환원 확대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등이 포함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브리핑에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역동경제 로드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 2024.07.03 yooksa@newspim.com |
하지만 최근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은 제외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선두에서 논의를 주도했으며, 기업 밸류업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된 바 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에 대해 역동경제 로드맵 사전 브리핑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상법과 관련해 공론화가 진행 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 입장을 어느 시점에는 정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기약이 없는 보류인 셈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는 이 원장이 지난 5월 미국 뉴욕 투자자설명회(IR)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관련 "상법상 주주 이익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같은 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및 금융위와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받으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 원장은 재계의 거센 반발에 "회사 이익의 극대화가 주주 이익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면서 "현상 유지를 하자는 주장이 있다면 그 근거도 명확히 있어야 할 것"이라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정부의 로드맵에서 빠지게 됐다.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력 드라이브를 걸 태세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총선 대표 공약중 하나로 정한 바 있다. 22대 국회 개원 직후 정준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은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으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상법 개정안과 정부가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 관련 법안을 연계해 처리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여야 간에 대립만 반복된다면 해당 법안들의 처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제2의 금투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금투세는 도입이 6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여야가 합의해 2025년 1월로 연기한 바 있다. 그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의 허점이 지적되고 있고, 시스템도 완비가 안 됐다. 정부 여당과 야당은 각각 폐지, 강행 주장을 반복할 뿐 관련 협상이나 시스템 및 법 개정 관련 작업은 두손을 놓고 있다.
결국 금투세 시스템을 구축해야 증권업계는 내년 초 시행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을 하게 됐다. 지난주 증권사 CEO들이 이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완비하는 게 곤란하다고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 관련 세법 가이드라인이 안 나와 있다"며 "금투세를 원천징수 또는 신고로 지불하는 방법을 결정해야 하고 원천징수일 경우는 전산시스템이 필요한데 안내되는 바가 없어 시스템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책 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금투세도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지원 정책도 결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