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800여명 일괄사직 했지만 하반기 신청은 30여명
9월 복귀하면 특례 적용해 지속 수련...안오면 내년 6월 복귀
"모집해도 갈 사람 없을 것...지금 돌아가면 전공의들 패배"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15일을 시한으로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마감됐지만 전공의 상당수가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각 수련병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들이 9월에 복귀할지도 모르는 경우의 수를 따져서 시간을 벌어보려는 움직임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기존의 3%로 받는 등 정부 측의 사직서 수리 압박에 노골적인 반발을 나타냈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 사직처리를 유보하고 복귀를 설득 중이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대병원 |
서울대병원은 지난 2월 사직한 소속 전공의 800여 명이 다른 병원에 취업하거나 개원을 할 수 있도록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모집 인원은 사표 처리 인원의 3%인 30여명만 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사직 일자는 2월 29일자로 하고 복귀 의사가 없는 경우 일괄 사직 처리했다"며, "9월 모집은 이번 사직으로 인한 결원이 아닌, 기존의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한 교수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신청된 30여명은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과는 관련이 없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발생한 일반적 결원이다.
비대위 측은 사직 일자가 2월 29일로 정해짐에 따라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무단 결근 등의 법적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법상 사직 효력은 6월 이후 적용된다. 따라서 사직 전공의들이 특례를 받아 이번 9월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다음 복귀가 가능한 시기는 내년 6월 이후가 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각 수련병원 교수들 역시 9월 모집을 진행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성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하반기 모집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지난 17일 임상과에 걸쳐 논의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는 "(하반기 모집을 단행하면) 무엇보다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소속 전공의 231명이 제출한 사직서 수리를 유보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해당 병원들은 전공의 사직 유보 마감 시한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로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고려대의료원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고려대의료원과의 회의를 통해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관련된 권한을 각 진료과 과장들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자체 회의에서 '진료과 과장들이 가을턴 전공의 TO 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려대의료원 측은 이와는 다르게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각 수련병원들이 하반기 모집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가장 적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어차피 모집을 한다고 해도 갈 사람이 없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서 사직 전공의가 돌아오는 것을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전공의들은 여기서 굴복하면 미래가 없다"며, "지금 돌아가면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되지 못하게 법을 제정할 것이고, 전공의들도 얻는 것이 없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빅5병원들을 비롯해 수련병원들의 경영이 불가능해져서 망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