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에서 이복현 '월권' 질의 이어져
금감원장 영역 넘어서는 거친 발언 논란
김 후보자 취임 후 '관계정리' 필요성
금융당국 위계질서 재확립 목소리 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과거 발언에 대해 제가 현 시점에서 평가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나름 전후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발언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 앞으로 잘 조율하겠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마무리됐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융투자세, 취약계층 대출, 두산밥캣 합병,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다각적인 질문답변 공방이 이어졌다. 병역과 자녀 취업, 부동산 매매 등 후보자 본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도 이뤄졌다.
금융권의 평가는 '무난했다'가 지배적이다. 여야 역시 결정적인 결함은 없었다는 공감대 속에서 오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연소, 1971년생 금융위원장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광연 금융증권부 차장. |
하지만 딱히 걸림돌이 없었던 청문회에서도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김 후보자의 반응만큼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취임 직후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이 원장의 이른바 '월권' 논란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후보자의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이 원장의 월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통되게 지적된 사안이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은 감독 기관임에도 이 원장이 독단적인 의견을 내세워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고 직격했고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역시 "금감원장이 경제·금융 정책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에서도 이 원장의 행보는 오랜 논란 중 하나다. "금투세 유예결정은 비겁한 일"을 비롯해 공매도, 상법 개정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과도한 발언은,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심복으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해도 선을 너무 자주 넘는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생 금융권에서만 활약하며 예보 사장과 여신협회장을 거쳐 금융수장이 된, 환갑이 넘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조차 개의치 않는 인물이 이 원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보다 훨씬 어리고 경험도 아직 부족한 김 후보자가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고 있으니 과연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1971년생인 김 후보자와 1972년생인 이 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1년 선후배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청문회를 준비중인 김 후보자를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50대 중반 금융당국 수장들의 참신한 '호흡'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정리'가 우선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책과 감독으로 전문성이 나뉘기는 하지만, 금감원은 금융위의 포괄적 지시 및 감독을 받는 연한 '하급기관'이다. 달변가이자 행동파인 이 원장의 스타일을 감안해도 지금과 같은 행동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지적에 "금융위원장에 취임하면 잘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조율이 업무적 협력에만 그칠지, 아니면 업권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관계정립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성품이 착하고 얌전해 이 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의 월권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전한 이 평가가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