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친족 증언으로 가족관계 정정 가능
[세종=뉴스핌] 김보영 기자 = 제주 4·3 희생자의 사실혼 관계 배우자와 양친자도 증빙자료 없이도 증인을 통해 희생자와의 사실혼·사실상 양친자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제주 4·3 사건 유족 등에 대한 혼인·입양 신고 특례의 절차와 방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4.3평화공원 위령탑 원경[뉴스핌DB] |
행안부에 따르면 제주 4·3 사건은 한동안 희생자의 가족임을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사회적 여건 탓에 가족관계의 왜곡이 심했다. 이로 인해 희생자 보상금이 실제 유족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행안부는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1월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혼인·입양 신고 특례를 도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희생자와 유족의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지도록 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또는 정정 관련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결정 범위 ▲사실상 혼인관계 및 사실상 양친자 관계에 관한 결정을 위한 신청 시 첨부서류 ▲사실조사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해 신청인의 혼선을 해소했다.
특히 가족관계를 소명할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 희생자의 친족 또는 4·3 피해로 인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돼 있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 2명이 작성한 보증서(인우보증)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신청인의 입증 절차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친부가 친모와의 혼인·출생 신고 없이 제주 4·3 사건으로 사망한 경우, 그 자녀는 신청서와 함께 친족 2명의 인우보증서 등을 위원회에 제출해 부모님의 사실혼 관계에 관한 결정을 받고 혼인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입양 신고 관련 이해관계인은 위원회의 사실상 양친자 관계 결정에 따라 제주 4·3 보상금, 형사 보상금 또는 국가 배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변동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 사실상 혼인 및 사실상 양친자 관계에 관한 결정을 위한 신청은 준비작업을 마친 후 오는 9월 1일부터 제주도청, 행정시, 읍·면사무소 및 주민센터에서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를 바로잡아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4·3 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아픔을 보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o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