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AK몰도 정산지연 가능성...이커머스 업계 흔들
"그룹 가용자금 800억 원뿐...프로모션 비용으로 썼다"
사재출연 공언했지만 대부분 큐텐 지분...현금 10~20억 가량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이른바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30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 전체회의에서 "오늘 우리가 회의를 하는 이유는 피해자 대책 그리고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책임자를 부른 건 재발방지 대책 때문"이라며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금 지연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 전부 전수조사 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있다. 2024.07.30 choipix16@newspim.com |
이날 긴급현안질의에는 구영배 큐텐 대표를 비롯해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참석해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질의에 응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티몬과 위메프의 피해 규모인 1조원 가량 자금의 향방이 쟁점이 됐다.
윤 위원장은 "오늘 우리가 회의를 하는 이유는 피해자 대책 그리고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책임자를 부른 건 재발방지 대책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에 "티몬·위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생긴다면 부끄러운 일이 된다"며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실제 티몬·위메프의 정산대금 지연 사태에 대한 우려는 큐텐 그룹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구영배 규텐 대표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AK몰 내부 직원들 전언에 따르면 정산이 어렵다는데 맞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에도 정산 지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오른쪽부터),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5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4.07.30 pangbin@newspim.com |
지난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한 구 대표는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위시를, 3월에는 AK몰을 사들였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인수 당시 적자 상황이었지만 사실상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둔 덩치 키우기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티몬·위메프 사태의 피해규모는 약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구 대표에 따르면 큐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에 불과하다. 이날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800억원"이라면서도 "다만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했다.
또한 1조원 가량의 판매자금과 관련 "누적된 손실과 이커머스 경쟁 격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에 써 남은 게 없다"고도 피력했다. 구 대표는 "제가 알기로는 현재 회사에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저희가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60% 적자가 누적됐다"고 말했다. 이에 정무위 위원들은 "1조원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다 썼다는 말이냐"라고 질책했다.
구 대표는 앞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거짓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구 대표가 출연할 수 있는 사재가 대부분 큐텐 지분이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은 회사에 있다"며 "큐텐 지분 중 38%"라고 말했다.
앞서 G마켓 매각 과정에서 700억원을 받았지만 이 자금을 전액 큐텐(지분 38%) 매수에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집과 별개로 계좌에 현금 10억~20억원 가량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큐텐 보유 지분 가치가 한때 5000억원에 달했다고 구 대표는 설명했지만 현재는 지분가치가 급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4.07.30 romeok@newspim.com |
또한 정산대금을 위시 매입 등 사업 확장을 위해 전용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는 "티몬을 동원해 차입했고 4∼5월쯤 상환했다. 정산 대금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위시 매입 대금 400억원은 무슨 돈으로 지급했나"고 거듭 따져 묻자 구 대표는 "일부 금액이 정산대금"이라고 털어놨다.
전날 오후 티몬과 위메프가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자금이 동결돼 사유재산을 투입해도 일정기간 자산매각이나 현금 지급이 중단된다.
이에 대해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절대 저희 판매자들의 채권을 안 갚고자 함이 아니라 소송과 가압류가 너무 많아 가지고 지금 사이트 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며 "ARS라는 자율구조조정을 통해서 그 채권들을 다 상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ARS 프로그램이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최대 3개월 연기하고 그동안 기업이 자율적으로 채권자와 구조조정 관련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티몬·위메프의 정산대금 지연 사태에 관련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구영배 회장이 티몬을 통해서 막판까지 돈을 엄청나게 끌어 모았다"며 "전형적인 사기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티몬, 큐텐으로 아직도 돈이 흘러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면밀하게 확인하고 추후에 피해자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피력했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고 빠른 속도로 구조조정해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 부분에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지금 모든 것이 지금 제가 기대하는 것 예상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6개월만 기회를 준다면 죽기 살기로 매진하겠다"라고도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자리해 있다. 2024.07.22 choipix16@newspim.com |
현재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관련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이 원장은 "큐텐그룹이 그간 보여준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양치기 소년 같은 그런 행태들이 있기 때문에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금 추적에 집중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고 주요 대상자들에 대한 출국 금지 등 강력한 조치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