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역대 이런 국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신정인 정치부 기자 |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한창이었던 얼마 전, 오찬 자리에서 모 의원은 답답하다는 듯 이같이 말했다. 피로감 가득한 그의 얼굴에선 자조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22대 국회 개원 두 달이 지났지만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이 0건에 그친다. 이 기간 처리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7개다.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과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모두 야당이 강행한 법안이다.
'여당 필리버스터→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재표결'이 무한 반복되면서 국민들은 지겹거나 지쳤다는 반응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들에게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겠다는 의도였으나 '무의미한 소모전', '체력전'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치르지 못했다. 1987년 개헌 이후 개원식 최장 지각 기록이다.
정치부에 온 지 한 달. 반복되는 여야의 '힘겨루기'를 보다 보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청문회와 각종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의 대립각은 좁혀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의원들 간 충돌은 여전히 참혹하기도 했다. 청문회장 앞에서 막말과 고성은 물론, 몸싸움으로 부상자까지 속출했다.
최근 문득문득 '싸우면서 일하겠습니다'라는 국민의힘 백드롭 문구가 떠오른다. 문구가 의도한 바가 이 같은 싸움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정쟁 쳇바퀴 속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입 모아 '협치'를 외치던 초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8월에는 민생만 바라보는 국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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