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 시 높은 점수 공격보다 감점 빈도를 우선 순위로 설정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서건우(20·한국체대)가 판정 시스템 설정 오류로 하마터면 2024 파리 올림픽 첫 판에서 쓴맛을 볼 뻔했다.
서건우(세계 4위)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24위)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파리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서건우(왼쪽)가 2라운드 종료 직전 뒤차기를 성공시킨 뒤 주심이 2점만 선언하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2024.08.09 zangpabo@newspim.com |
진땀승이었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 34초 전 6-15까지 밀렸다. 서건우는 매서운 발차기 공세를 퍼부었다. 라운드 종료 13초 전 상대 감점으로 1점을 딴 서건우는 한 차례 감점을 받긴 했지만 이후 회전 몸통 공격(4점)으로 11-16까지 따라갔다.
종료 직전 온 힘을 짜내 뒤차기를 시도한 게 상대 몸통에 맞았다. 추르칠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감점까지 주어지면서 경기가 종료됐다.
서건우의 마지막 공격은 처음에 2점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때리면 4점을 받게 된다. 14-16으로 최종 스코어가 전광판에 새겨진 상황에서 심판진은 검토에 들어갔고, 칠레 코치진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서건우가 뒤차기를 한 걸로 인정돼 2라운드는 극적으로 16-16 동점이 됐다. 동점인 경우 높은 점수가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감점이 적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심판진은 처음엔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자 서건우가 항의했고, 오혜리 대표팀 코치까지 코트로 뛰어 들어와 이의를 제기했다. 오 코치는 10초간 경기장 위에서 심판과 본부석을 오가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경기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과정이 길어지자 '정확한 판정을 위함이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장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파리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서건우(오른쪽)가 호아킨 추르칠에게 오른발 뒤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2024.08.09 zangpabo@newspim.com |
결과는 번복이었다. 서건우의 2라운드 승리가 인정됐다. 세계태권도연맹(WT) 측에 따르면 판정 시스템에 높은 점수 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우선순위로 설정된 채 판정이 이뤄진 것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언급되다가 첫 판부터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서건우는 심기일전해 3라운드를 14-1로 완승했다.
올림픽 태권도에서 라운드 동점 상황과 관련한 논란이 생긴 건 파리 대회가 처음이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대회 때는 지금과 같은 3판 2선승제가 아니었다. 이전까지는 3라운드까지 점수가 계속 쌓였고,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우 연장전으로 4라운드를 치러 먼저 2점을 뽑는 선수를 승자로 인정했다. 이른바 '골든 포인트제'가 시행됐다.
WT는 2022년부터 이 방식을 버리고 라운드가 끝나면 다시 0-0부터 시작하는 현행 제도를 채택했다. 더 재미있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라운드마다 승패를 가려 먼저 2승을 따도록 한 것이다. 라운드 동점 시 기준도 이때 함께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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