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극우 뿐 아니라 중도까지도 가세… 국민 67%도 지지
헤즈볼라 전투력 막강, 이란 움직임도 변수… 이스라엘도 타격 불가피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스라엘 내에서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해 군사적 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을 철천지원수로 규정하며, 끊임없이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빚고 있다. 작년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스라엘 북부에 공격을 가하면서 긴장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 국기.[사진=로이터 뉴스핌] |
WSJ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계에서 극우 진영은 물론 우파와 중도 진영에서도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현직 안보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여론은 커지고 있다.
내각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성향 정치인들이 초강경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를 비롯한 중도파들도 헤즈볼라에 대한 대응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현재 가자 휴전 협상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하마스의 10·7 기습 직후엔 헤즈볼라 공격을 주장했다.
국민 여론도 강력한 군사 대응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의 67%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적인 접근 방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2%는 레바논 인프라에 대한 공습도 감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헤즈볼라에 대한 본격적 군사 행동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는 이유는 우선, 이슬람 무장 정파와는 협상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군사적 대응없이 헤즈볼라와 외교적 협정을 맺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건 불가피한 전쟁을 잠깐 지연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당장 충돌은 피할 수 있겠지만 헤즈볼라는 조만간 접경 지역으로 돌아와 적대 행위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제적 공세를 가했을 경우, 헤즈볼라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싱크탱크 이스라엘 안보 및 방위 포럼의 대표인 아미르 아비비는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하면 헤즈볼라 역량의 80~85%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레바논 접경 지역에서 피란한 6만여명의 주민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할 방법이 물리력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요아브 키쉬 교육부장관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강력한 전쟁을 치르지 않고는 쫓겨난 주민들을 이스라엘 북부로 다시 돌려보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입을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첫째, 하마스와 달리 헤즈볼라는 정규군 수준의 잘 훈련된 병력과 다량의 무기·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을 따라 10만 개가 넘는 발사체 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사일과 로켓, 드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압도할 만한 수준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둘째, 가자 전쟁이 10개월을 넘기면서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스라엘 군은 많이 지쳐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태에서 또 다른 전선이 열릴 경우 많은 사상자를 낼 수도 있다.
셋째, 이란의 움직임은 큰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강력한 동맹 세력 중 하나이다.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일 경우,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지오라 에일란드는 "이스라엘에겐 가자지구 휴전에 동의하고 하마스·헤즈볼라와 공존하거나 레바논을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을 하거나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면서 "둘 다 나쁘지만, 우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