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가 '파친코' 시즌2로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난다. 더욱 깊어진 로맨스와 어려운 시대 고향을 떠난 이민자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로 가장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공감대를 자극할 예정이다.

2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배우 윤여정과 이민호, 김민하, 정은채, 김성규가 참석해 우리의 아픈 시대상을 담은 작품의 의미를 돌아봤다.

애플TV+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담은 작품이다. 2022년 시즌1 공개 이후 억압의 시대 속 고향을 떠나게 된 한국 이민자 가족과 주인공 선자의 이야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윤여정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 선자의 노년 시절을 연기했다. 둘째 아들 역을 맡은 아라이 소지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연기와 촬영 과정을 돌아봤다. 아라이 소지는 자이니치(재일 한인) 3세로 알려져 있다.

윤여정은 아픈 역사와 시대를 담은 작품에 참여하며 "역사의 뒷 얘기를, 실제 얘기를 듣는 게 감사하면서도 그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몰랐던 시대를 살았구나 싶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역사적인 것보다도, 저한테 역할이 왔을 때 충실하려고 한다. 작품이 좋았던 것 같다. 이 여자는 못 배우고 가난했는데도 천박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과 정신이 우선이었던 여자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선자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아버지 한수 역의 이민호는 "처음 오디션 제안을 받고 대본을 봤을 때부터,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고 관심 없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며 "조상들의 희생과 그런 시대가 있기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했다"고 작품의 의미를 말했다.

이어 "그런 시대를 통해 이제는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여러 콘텐츠나 플랫폼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역사적인 사건과 순간을 돌아보고,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얘기했다.

젊은 선자 역의 김민하는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자각을 하게 됐다"면서 "작품이 나오고 나서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공감해줬다.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너무 감격스러웠다.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통합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게 감동이었고, 더 많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자와 한수의 첫 만남과 이별, 그리고 선자의 일본 이주를 담았던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는 선자가 오사카에서 본격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리고 한수와도 재회한다.

이민호는 시즌2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시즌1이 땅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즌1 때보다 진한 인물로 욕망과 많은 것들을 가지려고 하는 인간상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김민하는 두 아들과 함께 오사카에 정착한 선자를 연기하며 "시즌1보다 7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세월을 많이 녹여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극 중) 두 아이가 자라나고 있고, 아들과의 관계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시즌2에서는 모성애,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은채는 젊은 시절의 경희를 맡아 "시즌1에선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혼돈을 겪는 많이 부족한 캐릭터였다면 시즌2에서는 그 세월을 좀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많은 것들을 내려놓으면서 적응해나가는 강인해진 경희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개했다.

애플TV+ 작품을 하며 해외 제작진과 협업한 소감도 남달랐다. 정은채는 "세트장의 웅장함이 느껴졌다. 큰 규모인데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며 "조금 특수하게는 한국인 배우, 외국인 배우들이 다 같이 현장에 있었다. 어렵기도 하지만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성규는 김창호 역을 맡아 시즌2에 새로 합류했다. 그는 "그 전과 만났던 역할과는 다른 결이 있었다. 합류하게 된다고 해서 굉장히 놀랐고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 안돼서 조용하게 기뻐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시즌1부터 2까지, 배우 진하와 할머니와 손자 연기를 했던 윤여정의 "니가 누군지 잊지 마라"는 대사는 많은 이민자들의 가슴에 파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윤여정은 "파급력까지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다. 그 대사가 좋았다면 작가가 글을 잘 쓴 것일 것. 의미깊은 대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윤여정은 극중 선자와 같은 나이라 이 작품을 수락했던 이유를 밝히며 "시나리오에 74세 늙은 선자라고 써 있더라. 그래서 이건 내가 할만하겠다 생각해서 하겠다 했다. 나는 늙어서 힘이 없으니까 분량이 적은 역할이 더 좋다"고 젊은 배우들의 분량이 더 많은 것에 흡족한 심경을 드러냈다.

시즌2에서 유난히 일본어 대사가 많았던 윤여정의 고충도 컸다. 그는 일본어 대사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며 "(촬영지인) 토론토에서 그 일본어 대사를 구구단처럼 외우느라 밖에도 거의 안나갔다. 시즌3 한다고 해도 난 안하겠다. 일본어 대사가 또 있다면 난 절대"라고 단호히 말해 취재진을 웃게했다.

'파친코' 시즌2는 23일 첫 번째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10월 11일까지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