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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9·19 합의'는 왜 역사 속으로 사라졌나

기사입력 : 2024년09월19일 07:31

최종수정 : 2024년09월21일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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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9·19 평양공동선언
세계의 주목 받았으나 '실패한 외교'의 본보기
상호 신뢰 부족으로 합의이행 동력 창출 실패
북·미 핵협상 교착 상태에서 무리한 '역발상'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9월 19일은 한국 외교에 특별한 날이다. 북한 핵문제와 남북 관계에서 역사적 이정표가 될 수 있었던 합의가 이뤄졌던 날이기 때문이다.

2005년 9월 19일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명시한 9·19 공동성명이 나왔고, 2018년 9월 19일에는 남북 정상이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를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2개의 9·19 합의는 지금 모두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 한때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국민들을 흥분시켰던 2개의 9·19 합의는 '실패한 북핵 외교'의 좋은 본보기로 남아 있을 뿐이다.

◆'북핵 문제의 바이블' 탄생

2005년 9·19 공동성명은 남북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북핵 문제 6개 당사국이 2년 여에 걸친 협상 끝에 만들어낸 문서다. 북한은 '모든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를 약속했고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또 6개국은 대북 경제지원,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 대표단이 참가하는 북핵 6자회담이 2003년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모습. 6개국은 2년의 협상 끝에 9·19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9·19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의 모든 요소를 담았다는 의미에서 '북핵 문제의 바이블'로 불리기도 했다. 6개국은 이 문서를 기초로 협상을 계속 진행해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6자회담은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 검증 단계에서 북·미의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9·19 공동성명이 좌초한 가장 큰 이유는 '상호 불신'이었다. 특히 미국은 9·19 공동성명이 채택되는 날 대북 금융제재 대명사로 불리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돈세탁 우려 기관 지정'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성명 채택 이후 1년이 넘도록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회담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이후에야 재개됐다.

미국은 회담이 재개된 이후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않았고 북한은 비밀리에 농축 활동을 계속했다. 삐걱거리던 6자회담은 결국 진실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9·19 평양공동선언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나온지 정확히 13년째 되던 날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불리는 이 발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와 공동번영을 남과 북이 주도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문서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까지 채택했다. 특히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문 대통령이 15만 평양 군중에게 "나와 김 위원장은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고 확약했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70년 분단 역사에 가장 획기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북한의 위협에 한·미 동맹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고착화된 한반도 안보 상황을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선언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를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의 비정상적 안보 구조를 바꾸기 위해 북한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함께 해나간다는 과감한 약속을 했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 모인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2018.09.19

9·19 평양공동선언은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가 계속 진전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다. 남과 북의 '자주적 의지'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어서 기초가 매우 허약했다. 실제로 9·19 평양공동선언은 이듬해 2월 하노이에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북·미 대화가 중단되자 곧바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남북 공동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은커녕 남북 관계가 단절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2개의 9·19 선언은 왜 실패했나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이행 원칙은 서로 약속한 바를 실천해야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행동 대 행동'의 구조였다. 작은 약속을 계속 이행하면서 신뢰를 쌓은 뒤 더 큰 '신용 거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신뢰를 쌓지 못했고 서로 상대에게 먼저 움직일 것을 요구하다가 빈 손으로 돌아섰다.

9·19 공동성명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요소가 들어 있는 훌륭한 합의였다. 6자회담 의장국이었던 중국은 지금까지도 9·19 공동성명 정신을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출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는 합의를 이행할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하는데 실패했다. 9·19 공동성명은 아무리 훌륭한 내용의 합의를 해도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성급한 합의였다. 이 선언은 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 이행이 벽에 부딪힌 뒤에 나온 것이었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끊긴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를 가속화해 북·미 대화를 견인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 안보 구조상 가능하지 않은 구상이었다.

9·19 평양공동선언의 최적 타이밍은 북·미 비핵화 논의가 궤도에 오르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시점이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남과 북에게 절실한 과제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남북의 의지 외에도 국제적 지지를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핵 문제가 진전돼야 하고, 또 북핵 진전을 위해서는 북·미 대화가 순항해야 한다. 하지만 9·19 평양공동선언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나왔다. 어렵게 잡은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의 발로였던 것이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가 요원해진 지금 2개의 9·19 합의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비핵화와 평화정착은 포기할 수도 없고 사라져서도 안되는 국가적 목표라는 점에서 이 합의들이 결실을 보지 못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짚어보는 것은 여전히 의미있는 일이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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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트라이폴드 태블릿과 다르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2일 공개한 3단 폴더블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현장에서 직접 사용해보니 예상보다 가볍고 얇은 형태가 먼저 느껴졌다. 크기와 구조상 무게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생각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다. 다만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전용 케이스나 거치대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안정적인 사용감이 나온다. 펼친 화면은 태블릿을 떠올리게 할 만큼 넓고 시원하지만, 두 번 접어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태블릿과 확실히 다른 경험을 만든다. 동시에 두께·베젤 등 초기 모델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느껴졌다. ◆ 10형 대화면의 시원함…멀티태스킹 활용도↑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화면을 펼쳤을 때의 시야다. 10형 대화면은 영상 시청 시 몰입감이 크고 웹 검색·문서 작업에서도 확 트인 느낌을 준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다 펼친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로 3앱 멀티태스킹을 진행하는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특히 최대 3개의 앱을 동시에 띄워놓는 멀티태스킹 기능은 생산성 관점에서 기존 폴더블보다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세 개의 스마트폰 화면을 한 번에 펼쳐 놓은 듯한 넓이가 확보돼, 동시에 여러 작업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공간감이 느껴졌다. 이메일·인터넷·메모장 등 업무 앱을 한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고, 영상 콘텐츠를 켜둔 채 작업을 이어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로 영상 시청을 하는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 구조에서 오는 한계도 분명…베젤·힌지·두께는 '새로운 폼팩터의 숙제' 새로운 구조 특성상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베젤이 비교적 두꺼운 편이다. 화면을 여러 번 접는 구조라 물리적 여유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보니 테두리가 두드러져 보인다. 상단 롤러(힌지 유닛 일부로 보이는 구조물)도 시각적으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화면 연결부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힌지 구조물 자체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닫은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또 하나는 완전히 접었을 때의 두께감이다. 구조상 여러 패널이 겹치는 형태라 다 접어놓으면 두껍게 느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는 구조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사용성에 치명적일 정도의 부담은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왼쪽 화면부터 닫아야 한다. 반대로 닫으려 할 시 경고 알람이 울린다. 2025.12.02 kji01@newspim.com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접는 순서가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오른쪽→왼쪽 순으로 접도록 설계돼, 반대로 접으려 하면 경고 알람이 울린다. 폼팩터 특성상 불가피한 방식이지만, 초기에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 ◆ 태블릿과 겹치는 모습…그러나 휴대성이라는 확실한 차별점 사용 경험을 종합하면 '트라이폴드'는 태블릿과 유사한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한다. 대화면 기반의 콘텐츠 소비·문서 작업·멀티 환경 등 핵심 사용성은 태블릿과 맞닿아 있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거치대에 놓인 모습. 2025.12.02 kji01@newspim.com 그러나 폴더블 구조로 접어서 주머니·가방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은 태블릿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이다. 이동이 잦은 사용자에게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중간 지점'에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강민석 모바일경험(MX)사업부 스마트폰PP팀장(부사장)은 "태블릿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없다. 태블릿은 대화면 그 자체의 장점이 있지만, 트라이폴드는 두께·무게 측면에서 소비자가 어디든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을 만들었다"며 "트라이폴드는 기존 태블릿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가격은 부담되지만…경쟁사 대비 '상대적 우위' 가격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큰 장벽이다. 출고가 359만400원은 스마트폰 범주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다. 다만 경쟁사 제품들과의 상대 비교에서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화웨이는 올해 출시한 트라이폴드폰을 1만7999위안(약 350만 원)부터 책정했다. 고용량 모델로 갈 경우 2만1999위안(약 429만 원)까지 올라간다.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2025.12.02 kji01@newspim.com 이 기준에서 보면 삼성의 359만 원대 가격은 화웨이 평균 가격보다 낮은 편으로 비교된다. 특히 고용량 기준 화웨이 최고가와의 비교에서는 약 70만 원 가까운 차이가 나, '삼성이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시장에서는 출시 전부터 트라이폴드 구조상 부품 단가가 높아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출고가는 이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삼성이 새로운 카테고리 안착을 위해 가격선을 일정 수준까지 조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ji01@newspim.com 2025-12-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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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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