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R 가입률 48.9%에 그쳐
민원 부담·의료정보 유출 우려
정부, 인센티브 마련해 참여 독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으나 현장에서는 준비 미비로 혼란이 예상된다. 보험 가입자를 대신해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제출할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가입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병상 30개 이상 갖춘 병원 등 요양기관 7725곳 중 EMR 참여를 확정한 요양기관은 3775곳으로 참여율은 48.9%에 그친다.
30개 이상 병상 또는 요양병상을 갖춘 병원 참여율은 2.7%(3857개 중 104개)에 불과하다.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은 40.2%(331개 중 133개)다. 반면 종합병원 중에서 중증이면서 고난도 및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병원 참여율은 100%(47개)다.
의료계는 상대적으로 병상이 적은 병원을 중심으로 참여가 저조한 배경으로 보험금 청구 및 지급에 관한 민원 부담을 꼽는다. 예컨대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을 때 보험금 청구자 민원이 보험사가 아닌 병원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보건의약계 주장이다.
한 병원에서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보건의약계 관계자는 "요양기관에 제기될 수 있는 보험금 지연 지급, 미지급 등에 대한 환자 민원 방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장영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요양기관에서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 유출, 해킹, 전산시스템 오류, 의료정보를 다루는 직원 등에 의한 정보 악용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 낮은 참여율 제재 수단 없어…인센티브 마련해 자발적 참여 독려
병원이 이같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참여에 소극적이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10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킬 때 보험금 청구 요청이 들어오면 요양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을 시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만 관련 법 개정안에 담았다. 이 요청을 거부해도 제재한다는 내용은 관련 법 개정안에 없다. 병원이 환자 정보 전송 거부 등 보이콧에 나서도 손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하며 병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자 대상으로 사전 안내문을 발송하고 실손보험 청구 전담 콜센터 운영하는 등 병원이 아닌 보험사가 민원을 응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EMR업계, 보험업계 등과 간담회를 갖고 "복지부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는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공익적 성격을 감안해 의료계가 참여를 적극 고려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오는 10월25일 시행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 및 서류 전송을 병원에 신청할 수 있다. 병원은 EMR 업체에 관련 자료를 보내고 EMR 업체가 보험금 청구 대행을 맡게 된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