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민영화 후 첫 민간기업 최대주주
KT, 경영 공백 장기화 사태 등 외풍 시달려
현대차 "경영참여 의사 없다"지만 국민연금 때보다는...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재계 순위 3위 현대차그룹이 KT의 새 최대주주가 됐다. 외풍에 시달려 온 KT에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T는 '주인없는 기업'이라 불리는 전형적인 소유분산 기업이다. 민간기업이 KT 최대주주가 된 것은 지난 2002년 민영화 후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본의 아니게' 최대주주가 된 만큼 경영참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T 입장에서는 정권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 때 보다 독립 경영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핌DB] |
◆현대차, '본의 아니게' KT 최대주주로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공익성심사위원회를 열고 KT의 최대주주 변경심사 요청에 따른 공익성 심사를 실시한 결과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보유한 KT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이 '본의 아니게' KT 최대주주로 올랐다. KT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최대주주로 인정받기 위해선 전기통신사업법(제10조)에 따라 과기부의 공익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KT는 지난 4월 공익성 심사를 신청했고, 결과가 지난 19일에서야 나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법적으로 KT 최대주주로 인정을 받았다. 현대차가 4.86%, 현대모비스가 3.21%를 가지고 있다. 모두 8.07%다. 국민연금은 7.69%로 2대주주, 이어 신한은행이 5.6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 vs 안정적인 지배력
소유분산 기업의 맹점
관심사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에서 민간기업인 현대차그룹으로 바뀌면서 KT의 외풍이 잦아들 것인 가다.
KT를 비롯해 포스코나 KT&G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를 거치며 지분이 분산, 소유분산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들은 소액주주 지분이 80~90%로, 최대주주 지분은 10% 안팎, 또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나 투자은행이 대부분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 직후 미국 투자펀드 브랜디스가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자리를 지켰다.
재계 순위를 보면 올해 기준 포스코는 5위, KT는 12위, KT&G는 36위로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과거 공기업으로 출발해 총수 일가가 없어 그룹의 구심적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 기업 경영의 주요 결정은 독립된 이사회에서 이뤄진다. 이 같은 의사 결정 구조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ESG 경영 방침에 부합한다.
다만 주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다 보니 대표이사(CEO)의 권한은 그룹의 총수와 마찬가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사회 구성에도 대표이사의 입김이 작용해 CEO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 같은 허점은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정권교체기나 대표이사 교체 시기에 소유분산 기업에 낙하산, 외압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기아차] |
◆최대주주의 영향력은?
또 바뀔 수 있다
KT는 정부의 공익성 심사 결과대로 현대차그룹이 추가 주식 취득 없이 비자발적으로 최대주주가 됐고, 단순 투자목적의 주식 보유로 경영 참여 의사가 없는 점을 들어 현대차그룹의 경영 개입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또 지난 2022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을 이유로 현대차, 현대모비스와 지분 교환을 했을 정도로 협력적인 관계임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소액주주들을 한 편으로 끌어 모아야 하는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최대주주의 결정의 일종의 '방향키'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찬반 대결이 치열한 안건에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8.07%의 지분은 기업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
또 정권이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인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소폭이나마 줄었다는 점은 기업의 독립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경영 공백 사태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과 국민연금의 지분율 차이가 0.38%에 불가해 언제든지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국민연금이 처분한 KT 지분은 1.02%다. '본의 아니게' KT 최대주주가 된 현대차그룹이 추가 지분을 취득하기는 부담이 따른다.
KT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법적으로 최대주주가 되기는 했지만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축해 주요 경영 상황을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