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AMD 라이선스 계약·반독점 규제 등 넘을 산 많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반도체 기업 퀄컴이 경쟁사 인텔 인수 합병을 타진했다는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IT 전문매체 테크진(Techzine)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첫 보도가 나온 뒤 언론들이 퀄컴의 인수가 임박한 듯한 기사들을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WSJ에 따르면 퀄컴은 인텔 인수를 비롯한 모든 옵션들을 열어둔 상태이며, 최근 몇 주 사이 인텔에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또 퀄컴이 인텔의 특정 부문을 인수하는 것도 여전히 검토 중인 옵션이라고 덧붙였다.
인텔 일러스트레이션.[이미지=로이터 뉴스핌] |
퀄컴의 현재 보유 현금은 약 78억 달러이며, 총자산이 230억 달러다. 따라서 인텔 인수에 주식 교환 형태의 거래를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퀄컴의 시가총액은 약 1880억 달러, 인텔은 약 930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테크진은 단순히 시가총액만으로 상황을 설명하긴 어렵고, 직원 수를 보면 퀄컴이 약 5만 명, 인텔이 (예정된 15% 감축 이후에도) 10만 명 이상으로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인텔은 전 세계적으로 칩 공장, 연구 시설 등을 소유하고 있어 인수를 검토하려면 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매체는 퀄컴이 인텔 일부분, 특히 PC 설계 부문 인수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는 이달 초 보도 내용들이 더 신뢰가 간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6일 퀄컴이 인텔의 칩 설계 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테크진은 인텔이 대주주인 자동차 관련 기업 모빌아이나, IPO를 앞둔 FPGA 분사 기업 알테라가 인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논리적일 수 있으나, 퀄컴이 이 부문들을 인수할 증거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인텔 역시 모빌아이 지분을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WSJ는 인텔의 기존 부문을 매각하는 것도 현실적인 인수 방안 중 하나라고 전했는데, 이와 관련해 최근 독립 사업부로 전환된 인텔 파운드리 최종 분사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CPU 제조업체와 설계업체의 분리는 몇 년이 걸리는 일이며, 팻 겔싱어 인텔 CEO도 인텔과 인텔 파운드리가 "여전히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밝혀 당장은 완전한 분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퀄컴의 인텔 인수가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인수가 AMD와의 기존 x86 라이선스 계약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AMD가 퀄컴이 x86-64 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승인해야 함을 의미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퀄컴이 반도체 제조 공장을 운영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 간의 전략적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인텔이 자존심을 버리고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혹은 퀄컴이 브로드컴과의 상황에서 그랬던 것처럼 싸울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이슈들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영국의 경쟁 당국이 인수를 승인할지도 의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등의 사례가 있긴 하나, 인텔이 노트북 및 데스크톱 시장서 최대 기업이고 퀄컴이 미디어텍과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서 지배력을 다투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규제 당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퀄컴 본사 [사진=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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