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향해 "항상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김병준 한경협 고문 사퇴 재차 촉구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도의 삼성전자 가전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조합의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근로자의 권리는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그 권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할지는 경영의 판단(영역)에 달려 있다고 했다.
◆ "근로자의 권리는 국내외 사업장 막론하고 기본 보장 권리"
이 위원장은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9일부터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시 인근 스리페룸부르드 가전 공장에서 수백 명의 근로자가 시작한 파업에 대해 "근로자의 권리는 국내외 사업장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말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이어 "다만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닌,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해외 사업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그 조건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는 경영진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공장 주변에서 선동, 구호, 연설을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요청한 상태다. 삼성전자 측은 가처분 신청 배경에 대해 파업 활동이 더 커질 시, 공장의 원활한 기능과 다른 직원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저는 경영이나 경제 전문가가 아닌 법조인으로서 준법경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다만 아직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보고가 없으며, 오늘 안건에서는 해당 사안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 한경협 회비 관련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김병준 사퇴 재차 촉구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삼성 계열사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와 관련해 "관계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며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정경유착의 고리'를 언급하며 김병준 한경협 고문의 용퇴를 요구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정경유착 방지를 위한 절차와 원칙을 강조하며 김 고문의 사퇴를 재차 언급했다. 그는 "준감위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단체든지 항상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원칙인지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의를 위한 개인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고문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현재 한경협에 합류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4곳이다. 이들 계열사는 추후 준감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회비 납부 여부와 시점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한편 이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에 대해선 "(이 회장과의) 독대 등은 권위주의적인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러 채널로 소통하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개인적으로는 삼성의 준법 경영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준법 경영과 관련된 의견을 드리기 위한 자리는, 현재 삼성 내부와 외부에서 직면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에서, 저희가 바쁜 일정을 할애해 강력히 요청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선적으로 급한 업무를 처리한 이후 준감위와의 만남을 계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국내 여러 업무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을 특정해서 정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조율 중에 있다"고 했다.
또 다음달로 예정된 이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항소심에 대해서는 "법조인으로서 우리나라 사법부를 신뢰한다"면서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의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