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무시와 차별에 대한 분노가 범행 동기" 주장
경제적 어려움 속 모친과의 동거로 갈등 심화돼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자신을 평생 무시하고 남동생과 차별했다는 이유로 80대 모친을 둔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여성의 첫 공판이 열렸다.
27일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직계존속 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정 모 씨(48)는 자신의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북부지법 |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어린시절부터 모친이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을 계속 무시하고 남동생과 차별하며 사소한 일에도 트집을 잡아 나무란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어왔다.
정씨는 배우자와 사별한 후 사실혼 관계였던 남성과도 최근 헤어지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피해자인 모친은 고령으로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지자, 정씨의 남동생에게 정씨와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을 했고, 남동생이 이를 정씨에게 전달하며 정씨와 모친은 지난 7월 1일부터 서울 중랑구 소재 정씨의 주거지에서 함께 생활하게 됐다.
그러나 정씨는 모친이 자신과 함께 살게 된 이후 전혀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사소한 일에도 간섭하며 자신의 방식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등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 등으로 적대시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정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30분경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신 후 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면서 모친에게 라면을 먹겠냐고 물었으나, 모친이 "술은 그만 마시고 잠이나 자라"는 식으로 거절하자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 순간 정씨는 "엄마가 친모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나머지가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안방에 누워있는 모친에게 끓는 물을 부어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정씨는 밤 11시 43분경 주방으로 들어가 다시 물을 끓였고, 물이 끓기 시작하자 끓는 물 약 1리터가 담긴 냄비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누워있던 피해자의 목 주위에 물을 들이 부었다.
이에 놀란 모친이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르자, "왜이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냐"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쌓여있던 분노가 치밀어 모친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확실히 살해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시 주방으로부터 스테인리스 냄비를 가져와 피해자의 머리를 20회 가량 힘껏 내리쳤다.
모친이 "때리지 말라. 이러다 죽는다. 내가 잘못했다"라며 자신을 피해 옷장 쪽으로 기어 도망가자, 정씨는 모친의 머리 부위를 후라이팬으로 내리치다가 손잡이가 부러졌고, 안방에 놓여있던 스테인리스 냄비를 집어 들어 모친의 얼굴과 머리 부위를 5회가량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정씨는 머리 부위에 피를 흘리는 모친을 안방에 방치한 채 112에 신고했고, 결국 정씨의 모친은 다음날인 7월 21일 심정지 상태로 서울 동대문구 소재 병원으로 수송된 뒤, 같은 날 오전 4시 30분경 화상에 의한 전해질 이상 및 두부 손상에 의한 출혈로 사망했다.
정씨와 변호인은 범행 사실과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했으며 별도 진술은 하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15일 열린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