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지켜볼 이유 없어"... 셰플러 "전혀 몰랐다"
절친인 김주형과 셰플러의 그린위 신경전은 화제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김주형의 골프 매너가 구설에 올랐다. 문제의 장면은 27일(한국시간) 열린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경기 8번홀에서 벌어졌다.
인터내셔널 팀 막내 김주형과 임성재는 이날 미국의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러셀 헨리를 맞아 7번홀까지 2홀 차로 끌려가고 있었다. 8번홀(파4)에서 김주형이 7m 거리 먼저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그린에서 뛰어다니며 환호성을 질렀다. 헨리와 셰플러가 버디 퍼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홀컵에서 불을 꺼내지도 않고 다소 상기된 세리머니에 열중했다.
김주형이 27일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경기에서 1번홀 티오프하기 전 갤러리의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 = PGA 트위터 영상 캡처] |
이어 나온 장면이 더 큰 논란이 됐다. 헨리의 버디 퍼트가 빗나간 뒤 셰플러가 퍼트하려고 자세를 취했는데 김주형과 임성재는 다음 9번홀 티 박스로 이동했다. 셰플러는 버디 퍼트를 놓쳐 8번홀을 내줬다. 보통 프로선수는 그린 주변에서 상대의 퍼트를 지켜보고 다음 홀로 이동하는 걸 매너로 생각한다.
김주형과 임성재의 비매너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스포츠 중계방송 해설을 하던 전 라이더컵 유럽팀 단장 폴 맥긴리(아일랜드)는 "보기 좋지 않은 행동이다. 예의에 어긋난다. 치열한 경쟁이라지만 재미와 경쟁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팀 부단장 케빈 키스너도 "선을 넘었다"며 현장에 있던 인터내셔널 팀 부단장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가 김주형과 임성재를 9번홀 티박스로 가라고 부추긴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키스너는 비예가스한테 "규칙을 지키라"고 말했고 비예가스는 "규칙을 어긴 적이 없다"며 맞섰다.
경기 후 김주형은 "나는 퍼트를 마쳤고 상대의 퍼트를 지켜볼 이유가 없었다. 싸구려 행동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주형이 26일 프레지던츠컵 기자회견에서 인터내셔널 팀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 = PGA 트위터 영상 캡처] |
김주형의 절친인 셰플러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주형과 임성재가 다음 홀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셰플러는 "서로 경쟁하는 게 즐겁다.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다. 경기가 끝나면 모자를 벗고 악수하는 것도 즐겁다. 경기 중에는 친구가 아니어도 경기 후에는 친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셰플러의 파트너 헨리는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텍사스 댈러스의 같은 동네에 살며 형 동생하는 사이로 유명한 김주형과 셰플러의 신경전도 화제가 됐다. 7번홀(파4)에서 김주형이 먼저 8.5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포효하자 뒤이어 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셰플러는 "이봐, 뭐라고 했지!"라고 김주형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본 미국 팀의 잰더 쇼플리는 "잠자는 곰의 코털을 건드린 것 같다"며 웃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