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자회사 임원 인사 사전합의제 폐지
KB·신한·하나금융, 사전 합의 규정 자체 없어
"재무·전략, 교차 인사의 경우 사전 협의"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회장의 자회사 임원 인사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임원 인사 프로세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이들 금융지주사들은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 등에 합의 규정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일정 부분 협의를 거치는 정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주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 지침을 개정해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 회장과 미리 협의하는 절차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는 임종룡 회장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해 내놓은 재발 방지책의 하나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의 '자회사 등 경영관리 규정'은 현재 '자회사 경영진(은행 본부장급 포함) 인사는 사전 합의 사항'이라고 못 박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한일-상업으로 나뉘어 지주와 은행을 경영하면서, 지주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도입된 독특한 제도다.
(사진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
이에 반해 4대 금융지주 중 KB·신한·하나금융은 자회사 임원 인사에서 회장과 사전 '합의'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자회사 대표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교차 인사나 특정 보직의 경우 지주 회장과 일정 부분 '협의'를 거치는 정도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전 합의제는 회장과 합의가 안되면 임원 인사가 통과가 안되는 구조로 합의와 협의는 다르다"며 "은행의 경우 재무, 전략, 준법 등 3~4개 정도가 (회장과의) 협의 대상이고 나머지는 (회장이) 관여를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B금융지주 관계자도 "통상 계열사 임원 인사는 계열사 대표가 자율권을 가지고 있고 지주 임원이 계열사로 간다거나 교차 인사의 경우 사전에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계열사 대표 선임은 각 지주사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후보를 선발하고 각 계열사 이사회 등에서 결정한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통상 대추위, 자경위, 임추위, 자추위 위원장직을 맡는다.
한편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18일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행사가 투명하지 않다"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통보를 받았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의 지주에 대한 인사 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지주 인사업무 투명성·공정성 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주는 대표이사의 '농협중앙회 인사 조정위원회' 참석에 대한 근거를 지주 내규 등에 마련하고, 해당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 및 결과, 관련 자료들을 지주 측에서도 문서화해 관리하는 등 농협중앙회의 지주에 대한 부당한 인사관여를 예방하고 인사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밝혔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