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기고] AI가 인간에게 유용해지기 위한 전제

기사입력 : 2024년11월04일 08:10

최종수정 : 2024년11월04일 11:09

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AI는 정말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킬까? 얼마 전 서점에서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AI워커스'라는 책을 발견했다. 내용은 차치하고 제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 누구나의 바램 아닌가.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챗GPT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업무 환경에서의 AI 기술 활용도 관련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46.2%가 일상생활에서 챗GPT가 어느 정도 상용화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챗GPT를 일상적으로 매일 사용하고 직장인 3명 중 1명은 이따금씩 이라도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지난 8월 삼성전자가 한국 포함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5개 국가의 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업무상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수단으로 AI를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80%)이었다.

IT강국 답게 일잘러의 정의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열정이나 경력보다 AI활용력이 우선이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당직표는 챗GPT와 파이썬으로 짜고 회의 보고서는 클로바노트를 활용해 몇 분만에 작성한다. 코드를 특별히 잘 알지 못해도 가능하다. 챗GPT에게 '2024년 12월 평일에 부서원 10명이 돌아가는 당번표를 파이썬 코드를 짜줘'라고 입력하면 된다. 회의 시엔 클로바노트로 녹음한 후 텍스트로 전환한다. 요약 기능을 활용해서 보고서를 만들고 필요한 부분만 조금 손보면 된다.

AI를 활용하면 업무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 업무에 들이는 공수를 확실히 줄여주고 단순 반복 업무는 한결 쉽게 처리할 수 있어 보다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정말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시대가 온 걸까? AI활용으로 지루하고 시간 잡아먹는 일들은 처리됐지만 근로자들은 특별히 정신적 육체적 노동강도가 낮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AI 활용으로 얻은 업무 속도, 편리성과 업무 성과 향상 등의 이점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AI 활용력에 따라 벌어지는 개인 격차에 대한 스트레스와 두려움까지 상쇄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챗GPT.[사진=블룸버그] 2024.11.01 mj72284@newspim.com

오히려 AI가 인간을 취약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종종 귀찮고 성가신 일들을 통해 주변인들, 세상과 관계를 맺고 행동을 조율하는 법을 배운다. 인간은 예상 밖의 일을 통해 재고하고 성찰하면서 성장한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합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간다. 휴먼 스킬의 대부분이 그렇게 향상된다.

AI에게 번거로운 일들을 아웃소싱 하면서 우리는 시스템에 의존한 자동반응에 익숙해진다. 일상적인 일은 쉽고 빠르게 완수하지만 우리의 행동은 전체적으로 자동화되고 성찰은 줄어든다.

예컨대 물건을 사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고를 때 일상화된 추천시스템만 봐도 그렇다. 선호하는 것 위주로 반복되는 추천은 다른 시각과 대면할 기회를 차단한다. 스스로 편향되고 있다는 것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적극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구경꾼처럼 되어버린다. 편하게 자리매김하는 건지 억지로 매겨진 자리에 앉게 되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콘텐츠 페스티벌 2024' 현장. [사진=양태훈 기자]

AI를 사용하면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그 만큼 주변인과의 상호작용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정서적 분리가 일어난다. 상대의 감정을 포착하는 데 둔감해지고 대화보다는 자동적이고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기 쉬어진다. 인간이 가진 최대강점인 소통력이 약화되는 포인트다.

 AI의 도움은 수행에 대한 노력을 줄여주기 때문에 장기기억의 필요성도 떨어뜨린다. 외부 도움 없이 해내던 기본적인 일을 수행하는 방법조차 잊기도 한다. 얼마 전 지인이 낯선 곳에서 내비게이션이 꺼지는 바람에 반 시간 넘게 갓길에 차를 세우고 가만히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표지판을 찾거나 지도를 찾아보거나 혹은 가까운 가게를 찾아 길을 묻는 등 대응법이 영 떠오르지 않아서 였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오히려 길눈을 어둡게 만드는 독이 된 셈이다.

"AI가 인간에게 유용해지려면 인간의 전문성과 명확한 목적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학철학자 이상욱 한양대교수는 AI가 항상 유용한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적어도 인간이 AI를 활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맞는지 틀린 건지, 유용한지 불필요한지 혹은 위험한지 판단할 정도의 전문성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AI를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떨어지는 '탈숙련(deskill)문제'도 경고한다. 내비게이션이든 AI든 중계자에 의존해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주위의 많은 물리적 세상과 교류할 때 사용하는, 이미 알고 있고 익혔던 숙련기술을 잃어버릴 수 있다.

챗GPT를 사용해 문서를 요약하다 보면 문서 전체를 읽고 맥락을 이해한 후 핵심을 추려 정리하는 능력이 약화되고 책의 요약본만 읽다 보면 책 한권을 차근차근 읽어내는 긴 호흡의 읽기를 힘들어하는 것과 같다.

인텔 일러스트레이션 [사진=로이터 뉴스핌]

결국 AI가 인간의 능력 향상에 유용할지 그렇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건 인간이다. 일상에서 AI가 수행할 수 일들이 급증하게 되면 생산성과 효율성은 높아지겠지만 인간의 자기 비판적인 사고와 사회적 유대감이 줄어들면서 갈등이 악화되고 윤리적 프로세스가 방해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2025년부터 본격적인 AI에이전트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인간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AI비서들이 사무실부터 가정까지 일상으로 스며들어 번거로운 일들을 보다 편하고 쉽게 해결해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보다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럼 집중할 '보다 중요한 일'은 무엇이고 AI가 벌어 다 준 시간은 어디에 써야 할까?

감히 말하건 데 그 시간은 '인간 고유의 능력'인 문해력, 통찰력, 소통능력을 유지하고 키우는데 써야 한다. 일상의 매 순간, 주변과 주변인을 관찰하고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자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맞춰 반응하는 AI에 함몰되지 말고 이견을 경청하고 관점을 바꿔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책을 읽고 자신만의 안정된 일상의 속도를 찾는 데 써야 한다.

이런 일들이야 말로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AI의 쓰나미 앞에서 우리는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AI가 주는 편의성과 효율성의 달콤함이 우리가 누구인지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