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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하) 헌법재판소와 시대정신

기사입력 : 2024년11월09일 08:00

최종수정 : 2024년11월09일 08:04

(상편에 이어)

부르카 착용금지법을 반인권탄압법이라고 이의를 제의하며 위헌심사를 신청한 이민자출신 프랑스여성의 패소가 결정된 2014년 이후 프랑스는 테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 스웨덴 등에서도 회교도에 의한 간혹 테러사건이 보도되지만 프랑스와 같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결국 2014년 유럽인권재판소가 준 부르카 착용금지법의 면죄부가 잠재된 문화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 아닐까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같은 논리적 귀착을 강화하는 사례로 부르카 착용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벨기에에서도 이웃 유럽국가에 비해 회교도 근본주의자 조직에 의한 폭력테러 사태가 잦다는 점이다. 벨기에에서는 2014년 이후 9번의 민간인 테러와 경찰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져 벨기에 사회에서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더불어 살 권리인 협약 제8조 1항과 2항을 더욱 명징하게 설명하기 위해 2016년 특별해설집(Guide on Article 8 of the European Convention on Human Rights, Right to respect for private and family life, home and correspondence, Updated on 9 April 2024)을 발간하고 2018년과 2024년 증보판까지 제작해 배포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의 부르카 착용금지법을 인용한 근거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부 인권법 학자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이 인권의 보호와 자유를 보장한 프랑스의 헌법적 정신과 유럽인권조약을 제대로 반영해 판단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Sune Lægaard, Burqa Ban, Freedom of Religion and 'Living Together', Hum Rights Review (2015) 16:203–219). 부르카 착용금지법의 시행으로 회교도들의 전통이자 문화를 탄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문화적 차별의식이 회교도들의 마음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무함마드 이슬람 선지자를 희화화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기반한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양면적 문화적 차별에 대한 감정의 대폭발이라는 맥락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사진=뉴스핌 DB]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국가의 안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축적된 지식과 경륜을 가진 현자들이 모인 곳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국가의 안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일상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것도 한 사건이나 당대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갈등과 대립을 지속적으로 증폭시키고 미래 세대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부르카 착용금지법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사회적 갈등의 요체에는 헌법의 중요한 가치, 즉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와 민주적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가치, 즉 평화적 공존과 상생을 위한 타인의 일정한 자유의 제한은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어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이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프랑스의 소수문화 탄압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하고 있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매주 주말 광화문을 나가 보면 시위대가 내는 고성의 마이크 소리와 도로점거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아예 그 지역을 피해다니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주말 아이들과 손잡고 넓은 광장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며 평온함을 즐길 수 있는 권리와 표현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 중 무엇이 더 중요할 것인지에 대한 두 개의 헌법정신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인권재판소가 만약 부르카 착용금지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다른 유럽국가처럼 계도를 통해 화합을 강조했다면 지금과 같이 프랑스와 벨기에서 전개되고 있는 문화전쟁으로 전개되었을까? 프랑스 혁명의 시대적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불관용의 현 시대적 개념인 포용, 배려, 화합, 관용을 실천하는 국가의 모습으로 세계정신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정신과 시대정신, 누가 이끄나?

시대정신은 학문적으로 보면 토마스 쿤(Thoma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라는 저서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개념, 즉 한 시대의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이론이나 방법, 문제의식 등의 체계와 유사한 개념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나 일부 사회학자들은 그 시대에 특유의 사회적 상식이나 유행을 가리켜 '시대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독일어인 Zeitgeist (차이트가이스트)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독일의 관념철학자인 헤겔의 사상에서 상세하게 소개되었다. 헤겔은 인류의 역사발전 과정에서 어떤 시대이던 간에,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 있다고 보았다.

한 시대를 머물며 삶을 영위하는 사회구성원들이 무의식적 동의를 거쳐 받아들이는 이념이자 삶의 고귀한 목표라 할 수 있다. 헤겔의 관점은 지금 현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잘 알지 못하지만 한 시대가 끝날 때쯤 전 시대의 시대정신이 명확하게 들어난다는 것에 기반을 둔다.

예를 들어 전쟁을 치른 국가의 시대정신은 절대빈곤의 극복,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위한 국가목표일 것이고,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이 이루어져 빈곤은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자살, 소외, 단절, 갈등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보건과 의료의 질 향상, 복지와 분배 등이 시대적 목표로 부각될 것이다. 바로 우리가 관통하고 있는 시대의 중심가치로 받아들여 지기도 한다.

근대역사를 보면 시대적 정신은 계몽주의의 철학자들과 과학자, 작가 그리고 이를 현실정치에서 적용시킨 정신적 지도자들이 이끌어 왔다. 근대역사의 발전은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으로 이어지는 지동설과 과학의 발전,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프란시스 베이컨, 데이비드 흄,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장 자크 루소, 임마뉴엘 칸트, 생시몽과 로버트 오웬, 애덤 스미스, 칼 막스로 이어지는 인간이성과 본성, 자유, 평등, 정의, 평화, 노동가치, 분업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중세 이후 계몽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꽃 피워왔다.

이와 함께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의 기초를 제공한 토마스 제퍼슨, 링컨대통령의 흑인해방, 보통선거권과 비밀투표, 직접투표 등 1832년 이후 3차에 걸쳐 선거개혁을 이끈 영국의회 지도자들, 마틴 루터킹의 꿈의 연설과 린든 존슨 대통령의 인권법 제정, 남아공화국의 넬슨 만델라와 투투 주교의 용서와 포용 등의 시대정신으로 발전되어 왔다. 가난과 신분차별을 고발한 찰스 디킨스, 시민의 아픔과 저항을 써 내려간 스탕달, 사랑 그리고 평화를 갈망한 톨스토이, 신분을 초월한 성의 해방을 노래한 디 에치 로렌스 등의 작가들은 시대정신을 동시대인에게 각인시킨 응고제의 역할로 작용했다.

헤겔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들의 시대정신들이 모여 당대의 세계를 관통하는 세계정신(Weltgeist)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현재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세계정신은 고갈, 멸종, 기후위기, 신냉전 등의 현실 속에서 세계인이 갈망하는 다양성, 융합, 공존과 상생의 지향점을 담고 있지만 분열과 대립이라는 도전도 함께 내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정신으로서의 글로벌입헌주의

베니스위원회(Venice Commission)는 회원 58개국, 준회원 1개국, 옵저버국 6개국 포함 65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세계 헌법재판기관협의체이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1999년 이후 옵저국으로 참가했다가 7년만인 2006년 정회원 가입이 확정되었다. 민주화 20년만에 정식으로 세계적 국제사법기구인 베니스위원회에 가입한 것은 1996년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만큼이나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린 상징적 사건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2010년 설립된 아시아 헌법재판소연합체(Association of Asian Constitutional Courts and Equivalent Institutions, AAAC)의 초대 의장직을 수행할 정도로 헌정질서 속에서 민주화를 이룬 우리나라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세계 헌법재판기관들간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통용되기 시작한 개념이 바로 세계입헌주의(global constitutionalism)라는 용어다. 세계입헌주의에 관한 통일적인 정의나 내용을 추출해 내기는 어려우나 아시아 헌법재판소연합체(AAAC) 규약 제3장 3조에 5가지 목표가 명시된 내용으로 대변될 수 있다. AACC는 ①인권보장, ②민주주의 수호, ③법치주의의 구현, ④헌법재판기관의 독립, ⑤회원기관들 사이의 협력과 경험 및 정보 교환이라는 5가지 목표(The Statute of the Association of Asian Constitutional Courts and Equivalent Institutions, 이하 'AACC 규약' 제3 조3))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글로벌 입헌주의의 구성요소를 추출할 수 있다. 즉 인권, 법치, 민주주의, 사법독립 등이 글로벌 입헌주의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는 글로벌입헌주의를 이끌 수 있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권, 법치, 민주주의, 사법독립으로 구성되는 글로벌 입헌주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주체는 어디일까? 대통령일까, 아니면 국회, 법원일까? 아니면 지식인과 예술인, 연예인, 문화체육인일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작가의 문학작품과 독서에 대한 뜨거워진 관심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2024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아닌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용서와 포용을 새롭게 우리사회 변화의 정신으로 가꿀 책임은 독서로 다시 깨어날 우리 시민이 가지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선수가 쏘아올린 체육계의 개혁요구는 또 하나의 시대정신을 일깨우고 있는 촉매제다. 안선수의 절규는 체육인 인권선언이자 협회의 자의적 통제와 오랜 관행적 제도와 구습에 대항하며 새로운 규칙과 제도, 그리고 법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인권과 법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이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법독립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아닌 듯싶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 봐도 우리의 글로벌입헌주의를 이끌어 갈 곳은 헌법재판소 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국회가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고질적 힘겨루기 위한 고삐를 꽉 쥐고 있다. 오랜 국회의 관례는 여야 한 명씩,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제3당 추천이거나 여야합의로 추천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과반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야당은 2명을 요구하고 있다. 왜 이렇게 집요하게 집착하는지는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프랑스 의회가 절대다수의 지지로 통과시킨 부르카 착용금지법을 둘러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 오른다. 광화문 주말광장에서 치열하게 대립되고 있는 두 개의 자유에 대한 논쟁의 사례는 마치 프랑스 사회에서 전개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과 더불어 살권리에 대한 한국의 부르카와 같은 폭발력을 갖고 있다.

과연 헌법재판소는 어떤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누구에 의해 임명되었더라도, 그리고 헌법재판관이 어떤 정치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헌법정신을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며 국내의 평온함(domestic tranquility)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결정을 현자의 마음으로 내려줄 수 있을까? 동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도 한국만의 시대정신으로 새로운 글로벌 헌정주의을 이끌 주체는 헌법재판소다. 헌법재판소가 완전체로 빨리 구성되어 해묵은 갈등을 풀어주고 우리의 시대정신을 세울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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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둔덕' 위법성에 말바꾼 국토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우리나라 역대 항공사고 가운데 세번째 대형 사고로 자리매김하게 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대해 해외 항공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자체 규정을 지켰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해외 권장 사항대로만 공항 로컬라이저 설치가 이뤄졌다면 이같은 대형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해명에만 급급하는 국토부가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무안공항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에 대해 국토부 책임론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지지대로 구성된 로컬라이저 모습 ej7648@newspim.com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적법한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적법'의 근거는 콘크리트 시설물이 지지하고 있는 로컬라이저가 '공항 안'이 아닌 '공항 밖'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해외 항공전문가들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시설이 콘크리트 지지 기둥이 있는 둔덕 형태로 설치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공항 내 모든 시설물은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조립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철골과 같은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이어야 만약 비행기가 충돌하더라도 경미한 사고로 끝날 수 있어서다. 실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불시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철골 지지대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갔고 탑승객 81명 중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국내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서도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문제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종단안구역 외부 즉 공항 외부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국토부가 규정을 지켰다는 근거다. 이는 관련 국제규정인 'Doc 9137-AN/898 Part 6'에도 있는 내용이란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내 규정인 '공항안전운영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끝)부터 최소 90m를 확보해야한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최소 기준보다는 약 110m 길고 다른 국내공항보다 긴 편이다. 포항경주공항은 92m로 최소 규정을 간신히 맞췄으며 그외 사천공항은 122m와 177m로 구성됐으며 울산공항은 200m, 제주공항이 240m로 가장 길다. 이 종단안전구역을 벗어나면 '공항외' 시설이 되는 셈이다.  다만 국제규정에서는 240m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기준인 연방항공국(FAA) 기준은 300m로 국제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만약 이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기 제동을 돕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EMAS를 설치한 공항이 한 곳도 없다. 규정이 없어서다. 더 큰 문제는 무안공항의 해당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이 끝나고 5m 밖 지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규정 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로 인해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은 자명하다. 국토부의 해명은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해명과 달리 항공당국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의 잠재적 위험을 알고 손을 보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때부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지하는 문제의 둔덕을 설치했다. 이는 내구연한(15년)이 지나면서 2023년 개량 작업에 들어갔는데 30㎝ 두께의 콘크리트판을 더 올렸다. 이 과정에서 보강공사 시행자인 한국공항공사는 '장비 안테나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Frangibility)을 고려해 설계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국제규정인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을 공항 주변에 설치해야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무안공항 시설물 개량사업에서 콘크리트 지지 기둥은 오히려 더 강화된 셈이다. 이는 태풍 등으로 로컬라이저가 부서지는 걸 막기 위한 보강 조치였다는 게 국토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태풍을 만나는 빈도가 가장 잦은 제주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철골로 돼 있다. 결국 국토부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설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을 비롯한 해외에도 비슷한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지지대 구조물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상태다. 국토부는 "우리가 보유한 자료상에는 그렇게 돼 있는데 외국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주장이 있어 다시 보완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전국 공항 내 항행안전시설물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키로 했다. 여수·광주·청주공항에도 무안과 유사한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서다. 제대로 된 시설물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종단구역이 끝나고 5m 지난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을 만들어놓고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뭐라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처음이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donglee@newspim.com 2025-01-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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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강달러 심화···환율 1500원 찍나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달러/원 환율이 '내우외환'에 1500원선도 위협할 전망이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 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국내 정치는 더 깊은 혼란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해에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이 예고되는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 리더십은 취약하다. 29일 외환 전문가는 연초 달러/원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원화 약세를 이끄는 국내 정치 불안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헌정사 처음으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총리 탄핵안 가결로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 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예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도 "정치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우려된다"며 "달러/원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27일 오후 4시10분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90포인트(-1.02%) 하락한 2,404.77로, 코스닥 지수는 9.67포인트(-1.43%) 하락한 665.97로 오후 거래를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20원(0.76%) 상승한 1,476.00원에 오후 거래를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27 yym58@newspim.com 국내 정치 불안으로 원화 약세는 이어지는 반면 달러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주요 6개 국가와 미국 달러 가치를 비교한 달러지수는 108을 넘으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내년 금리 인하 전망 후퇴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달러 강세를 완화할 재료도 부족하다. 일본 엔화를 포함해 아시아 국가 통화 약세는 계속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원화 하락 요인은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 수출업체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네고물량, 달러/원 환율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감 정도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화 고유의 강세 유인을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국 달러가 약세 전환하는 경로가 유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트럼프 2기 정부를 상대할 정부 리더십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최상목 권한 대행은 경제 사령탑을 넘어 외교와 국방, 안보 등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안 자체뿐 아니라 트럼프 집권 초기 정부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 폭 축소 등이 원화 약세 압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전규연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직전 달러/원 환율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2025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며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ace@newspim.com 2024-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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