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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③ 이익집단의 전략

기사입력 : 2024년09월28일 07:00

최종수정 : 2024년09월28일 07:00

노동시장의 갈등과 노동자의 위상

세계노동자기구인 ITUC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는 매년 노동자의 글로벌권리지수를 발표한다. 국제 노동 기구(ILO)의 노동 기준에서 파생된 97개 지표를 기반으로 해 평가하며 단체 협상 및 파업권 제한, 노동 조합 가입 억제, 국가 감시, 노동 조합원에 대한 폭력 및 살인, 언론의 자유 제한과 같은 노동 조합 권리 침해에 대해 국가의 순위를 정한다.

노동자의 권리지표는 6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최상위의 권리를 이룬 국가로 노동자의 단결권, 파업권, 자유발언권, 시위참여자의 사법보호 등을 고루 갖춘 국가다. 5+는 이와 정반대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건을 가진 나라로 노동단체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거나 법적 테두리에서 총파업을 단행할 때 폭력진압 등의 방법으로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국가다.

1그룹에는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과 독일, 이태리,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 8개국이 속해 있다. 노동자의 보호가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8개국은 노동자의 인권침해와 탄압이 발생하지 않으며,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해도 등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불편을 감수한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최하위 그룹인 5의 수준에 머무른다. 우리나라와 같은 그룹에 속한 나라들 중 중국과 중국의 통제를 받는 홍콩이 포함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투르키예, 이집트, 캄보디아, 그리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눈에 띈다.

신정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그리고 전쟁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수준에 우리나라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상황이 정말 이 정도일까, 아니면 누가 일부러 악의를 품고 한국을 낮게 평가한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 ITUC 보고서는 정부와 고용주가 집단 노동권을 침해한 사례를 소개하며 평가한다. 설문지는 169개국의 340개 국가 노동조합에 발송되어 관련 세부 정보를 표시하도록 조사국에서 수집해 평가한다.

해당국가에서는 인권 및 노동조합 권리 전문가가 지역 회의를 거쳐 설문지를 배포하고 설명한 후 작성한다고 되어 있다. ITUC는 일일이 허위 사실이 확인되면 직접 해당 노동조합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ITUC 법률 전문가가 각국의 법률을 분석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집단 노동권을 적절히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경로로 설문지가 배포되고, 조사되어 수거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현재의 노동자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인권전문가가 설문에 응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2024년 배포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직장폐쇄를 통한 파업노동자의 집단감금 사례(38쪽), 노동자의 체포 및 구금(53쪽), 분신자살(54쪽), 시위노동자들에대한 공격(55쪽), 사망(57쪽) 등을 지적하면서 노동자의 비인권적 탄압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인권전문가들이 사실을 근거로 노동자들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담은 보고서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적인 노동자조직이 발행하는 국제보고서에서 한국이 노동인권탄압국가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경제5단체는 이를 잘 분석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인권관련 평가기관인 프리덤하우스의 지수(Freedom House Index)는 우리나라의 전반적 인권상황을 담는 세 지표, 정치적 권리와 인권, 자유지수를 종합한 수준은 2022년 기준 100점 만점에 83점으로 자유국가(free) 국가로 분류되고 있어, 왜 노동권만 유난히 이렇게 낮게 나오고 있는지, 국가적으로 어떻게 하면 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지,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더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출처: ITUC Global Right Index 2024.

의협의 의사결정 참여형태

한국에서는 아직 이익집단 활동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로비제도 도입을 통해 정책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이익집단의 활동을 양성화하려는 입법 추진 시도 역시 모두 무산되어 왔지만, 사회가 보다 세분화되고 다양한 이익집단이 생겨남에 따라 이들의 활동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 확실하다.

로비제도 도입과 관련된 법안들에 대한 일관된 반대 의견도 사실 이익집단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로비제도 도입에 따른 이해관계의 충돌을 우려한다. 로비활동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대한변협은 로비 허용으로 변호사들의 업무영역이 침해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외국 변호사들의 진출로 인한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이익집단의 활동은 주로 집회, 청원, 건의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의료관련 법안 중 의사협회는 20대 국회에서 348건(47.4%), 21대 국회에서 386건(52.6%) 총 734건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중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25건(30.7%)으로 가장 많았고, 감염 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72건 (9.8%),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51 건(6.9%),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40건(5.4%),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 18건(2.5%) 등 다양한 의료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 (의료정책포럼 2024년 Vol.22 No.1).

총 734건의 법안에 대한 의사협회의 입장은 찬성 103건(14.0%), 반대 585건(79.7%), 기타 46건 (6.3%)으로 주로 어느 정당이 발의한 법안인지와 관계없이 압도적으로 반대의견이 높았다.

법안별로 살펴보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225개 법안 중 찬성 29건(12.9%), 반대 192건 (85.3%), 기타 4건(1.8%)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법안이 다수였으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9개 법안 중 찬성 7건(77.8%), 반대 2건(22.2%)으로 찬성의견을 주로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안에 대한 의사표시와 함께 물리적 방법으로도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2024년 6월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삭발, 단식 투쟁, 대통령실 앞 철야시위 등으로 집단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의사협회의 의사결정 참여방식은 지금까지 평상시에는 법안에 대한 찬반입장 표명 등의 소극적 방식을 취하다가 의사의 이익과 위상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인식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규모 집회와 시위, 그리고 단식 등의 방법 등으로 여전히 비효율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보다 투명하고 제도화된 의사결정 참여방식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출처: 의료정책포럼 2024년 Vol.22 No.1. 64쪽.

국회와 이익집단, 정부와 이익집단 간의 상시채널 구축이 시급한 이유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의료행위 합법화를 담은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2024년 8월 28일). 22대 국회에서 첫 여야합의 민생법안이지만 각처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들린다. 간호법을 놓고 의사와 간호조무사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은 의료사고 법적 책임 문제, 전공의 복귀 길 차단,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 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가 빠졌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간호법에는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규정과 처벌 조항 등이 명시돼 있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의사단체는 지적한다.

불법 의료행위가 발생하고 환자의 건강에 해를 끼칠 때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것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조항이 없어 결국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들은 고졸 학력으로 제한돼 있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폐지가 간호법에 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졸·학원출신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던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간호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발표와 함께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합의가 여야간 이뤄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제한에 대한 내용을 법안에서 빼고 추후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지만 섣부르게 간호법을 통과시켜 갈등만 야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의사협회는 간호 직역의 업무가 확장될 때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 직역과의 업무 중복이 불가피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21대 국회에 상정되었을 때 응급구조사들은 간호사에게 응급구조사 업무를 허용한다며 반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PA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임상 경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업무 범위를 간호법 조항에 담고자 주력했고, 민주당은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가까스로 수정안에 이르게 되었다.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의료상황을 감안하면, 전공의가 빠진 응급실의 대체자원으로 진료보조간호사의 투입을 위해 발빠르게 정치력을 발휘한 것은 높이 살만 하다. 정쟁으로 지새던 국회에서 이런 기동력을 발휘한 것은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온전하게 칭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의료위기상황에 이를 때까지 손 놓고 있다가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합의를 강요당한 상황에서 여전히 다양한 갈등을 양산할 수 있는 불완전한 간호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정치의 문제는 싸이의 노래가사에 있듯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식의 인식이 사회 곳곳에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그 전에 미리 여야합의체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더 완전한 법을 제정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는데 손 놓고 있다가 국민의 비판에 떠밀려 급하게 합의하다 보니 이견을 줄일 시간도, 의지도 많지 않아 졸속으로 법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국민에게 이득이 되고, 안정적이며 장기적으로 모든 이익단체들이 만족할 수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익단체들의 선택전략을 중심으로 파악해 보자.

이익단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들

비교정치이론에서는 이익단체의 유형별로 선택할 수 있는 행위전략들이 소개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표 4>를 보자.

먼저 이익단체의 자율성은 정부의 규제와 통제에 대응할 수 있는 자발적 결정권에 해당된다. 공익이나 국익 등을 위해 제정된 법과 규율의 통제가 심해 활동공간이 협소할수록 자율성은 낮아지며, 국가와 시장을 상대로 효과적인 대응수단이 많을수록 자율성은 높아진다.

그리고 집단행동 필요성은 회원들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보이콧, 시위, 기업해외이전, 직장폐쇄, 총파업, 불법파업, 의료인의 의료행위거부, 변호사의 재판참여거부 등의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의 동원가능성과 필요성이 모두 포함된다.

이 때 이익단체 유형별로 4가지의 행동전략이 가능해 진다.
A 전략: 규모가 작고 재원이 많지 않은 외국계 및 국내 이익단체들은 집단행동 필요성과 가능성이 낮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취약해 로비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로비활동을 위한 적법한 절차나 창구가 없을 때 불법적 로비활동을 통해서라도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기 때문에 부패할 수 가능성이 높은 전략유형이다.


B 전략: 단체행동의 법적규제가 까다롭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정책을 실행하고자 할 때는 총파업, 가두시위, 서명운동 등의 집단행동과 함께 평상시 의사결정자들과의 로비접촉과 법안에 대한 입장표명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다. 정부가 공익(예, 국민건강,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 등)이라는 이름으로 이익단체 회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때는 집단행동이 장기화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공익은 악화될 수 있는 것이 문제다. 현재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발표 이후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 혼란과 국민불편, 환자들의 생명 위협 등이 바로 그것이다.

C 전략: 고용인원이 많고 매출규모 등이 크지만 자발적으로 집단행동을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거래와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전략이다. 중세기 때의 길드와 같은 자율적인 조직운영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국적기업은 고용창출과 안정적 고용을 무기로 자율적 임금체계와 노동환경 등을 책임지고 이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기 때문에 정부와 마찰을 일기도 한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유튜브, 텔레그램, 아마존, 알리 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플랫폼 회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도 현지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정치거래를 불사하거나 자율적 거버넌스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임한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려고 해도 다국적기업의 자본탄압과 기업활동 탄압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어 국제적으로 연대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27개 국가로 구성된 유럽연합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더 강한 드라이브로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각국의 전략도 수정되고 있다.

D전략: 고용주단체와 노조는 막대한 자금과 조직력으로 정부와의 관계에서 집단행동까지 행사할 수 있어 다양한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최저임금인상, 노동환경개선 등과 같은 정책영역에서 정치적 거래(political exchange)를 성사시킬 수 있고, 정부와 갈등상황에서는 총파업(위협)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전국조직역량과 국가경제의 파급성으로 인해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보다 재량적 권한을 부여 받는 자율적 거버넌스 모델도 가능해 정부주도적 의사결정모델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자율적 거버넌스 모델이란 여야노사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상시가동 체제라 할 수 있다.

<표 4> 이익단체별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유형

이익단체와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의 모색

전공의 집단사직사태와 같은 상황은 정부주도의 공익우선주의를 강요하기 전에 의협과의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시협의체 등을 가동해 의료수가의 수시조정체계, 중증, 고난도 필수의료, 응급, 야간·휴일, 소아·분만, 취약지 등 6대 우선 분야에 대한 수가 보상 강화 등의 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터 주는 방안은 장기적 안정성과 공익에 부합될 수 있다.

즉 의협이 B전략에서 D전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율적 결정권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부처중심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상시적 여야정협의체의 구성을 통해 이익집단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한다.

사안별로 각개의 직능단체대표들이 참여해 언제든지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가 가동된다면 의료관련법과 환자법 등의 개정을 사회변화에 맞춰 시혜적이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책변화도 가능할 수 있다.

이 같은 모델은 유럽연합의 경제사회위원회(The 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EESC)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집행위(Commission), 유럽평의회(Council) 등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협의의 절차를 거치게 하고 있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현재 경제사회위원회는 총 329명의 위원이 각국의 인구비례에 따라 배정되어 활동 중에 있다.

의석의 3분의 1은 고용주에게, 3분의 1은 근로자에게, 3분의 1은 다른 그룹(농부, 소매업자, 자유 직업인, 소비자 등)에게 할당되고 있다. 우리나라 같이 다양한 이익단체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율적 거버넌스 형태로 강력하게 권장할 수 있는 협의정치모델이다.

이 모델이 적용될 수 있다면 의사결정과정에서 로비활동을 양성적인 토론의 장으로 유도할 수 있고, 부패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도 갖게 되어 이익단체들의 다양한 쟁점이슈들이 수렴되는 효과도 볼 수 있으리라 본다.

창의적 갈등관리제도를 통한 세계적 국가로

갈등관리는 세계적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꼭 실현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사익의 주체인 이익집단을 공익이라는 대의로 억누르고 관료가 주도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투쟁보다 대화와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숙의모델과 전문가 존중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적기다.

그렇지 않고 정부와 이익단체간 강대 강 투쟁 일변도로 치달으면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로 들어서지 못하고 낙오하거나, 예상하는 기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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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家 3세' 채문선 유튜브 돌연 폐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애경그룹의 '오너 3세'인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폐쇄됐다.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채 대표가 채널을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은 현재 사라지고 관련 숏츠 영상만 노출돼 있는 상태다.  애경그룹 '오너가 3세' 채문선 탈리다쿰(Talitha Koum) 대표가 유튜버로 데뷔했다. 사진은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에서 발언하고 있는 채문선 대표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영상 갈무리] 채 대표가 지난해 9월 탈리다쿰 유튜브 채널 내에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코너를 열고 유튜버 활동의 시작을 알린 지 3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는 애경그룹이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제주항공의 지분 50.4%를 보유한 1대 주주로 올라 있다. 애경자산관리도 제주항공의 지분 3.22%를 갖고 있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이번 여객기 참사 이후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애경그룹 기업가치도 떨어졌다.  채문선 대표는 1986년생으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장녀다. 지난 2013년 '세아그룹 오너 3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당시 상무)와 결혼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탈리다쿰'을 운영 중인 채 대표는 매일유업 외식사업부와 애경산업 마케팅 직무 등을 역임했다.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의 남편인 고(故) 채몽인 창업주가 1954년 애경유지공업을 설립해 세탁비누를 생산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제주 출신인 부친의 뜻에 따라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손잡고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이번 참사 발생 후 채 총괄부회장이 무안 현장을 찾아 유족들에게 유족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전했다. . nrd@newspim.com 2025-01-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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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둔덕' 위법성에 말바꾼 국토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우리나라 역대 항공사고 가운데 세번째 대형 사고로 자리매김하게 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에 대해 해외 항공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자체 규정을 지켰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해외 권장 사항대로만 공항 로컬라이저 설치가 이뤄졌다면 이같은 대형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해명에만 급급하는 국토부가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일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형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무안공항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에 대해 국토부 책임론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안=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사고 현장에서 콘크리트 지지대로 구성된 로컬라이저 모습 ej7648@newspim.com 국토부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적법한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적법'의 근거는 콘크리트 시설물이 지지하고 있는 로컬라이저가 '공항 안'이 아닌 '공항 밖'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해외 항공전문가들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시설이 콘크리트 지지 기둥이 있는 둔덕 형태로 설치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공항 내 모든 시설물은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조립돼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철골과 같은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이어야 만약 비행기가 충돌하더라도 경미한 사고로 끝날 수 있어서다. 실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불시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철골 지지대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갔고 탑승객 81명 중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실제 국내 '공항시설법'에 따른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국토교통부 예규)에서도 '공항부지에 있고 장애물로 간주되는 모든 장비나 설치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문제는 해당 로컬라이저가 종단안구역 외부 즉 공항 외부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국토부가 규정을 지켰다는 근거다. 이는 관련 국제규정인 'Doc 9137-AN/898 Part 6'에도 있는 내용이란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국내 규정인 '공항안전운영기준'(국토교통부 고시)의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착륙대의 종단(끝)부터 최소 90m를 확보해야한다. 무안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최소 기준보다는 약 110m 길고 다른 국내공항보다 긴 편이다. 포항경주공항은 92m로 최소 규정을 간신히 맞췄으며 그외 사천공항은 122m와 177m로 구성됐으며 울산공항은 200m, 제주공항이 240m로 가장 길다. 이 종단안전구역을 벗어나면 '공항외' 시설이 되는 셈이다.  다만 국제규정에서는 240m를 권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기준인 연방항공국(FAA) 기준은 300m로 국제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만약 이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항공기 제동을 돕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엔 EMAS를 설치한 공항이 한 곳도 없다. 규정이 없어서다. 더 큰 문제는 무안공항의 해당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는 종단안전구역이 끝나고 5m 밖 지점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규정 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이로 인해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는 점은 자명하다. 국토부의 해명은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해명과 달리 항공당국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의 잠재적 위험을 알고 손을 보려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때부터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지하는 문제의 둔덕을 설치했다. 이는 내구연한(15년)이 지나면서 2023년 개량 작업에 들어갔는데 30㎝ 두께의 콘크리트판을 더 올렸다. 이 과정에서 보강공사 시행자인 한국공항공사는 '장비 안테나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파손성(Frangibility)을 고려해 설계하여야 한다'고 적시했다. 즉 국제규정인 '부서지기 쉬운 시설물'을 공항 주변에 설치해야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무안공항 시설물 개량사업에서 콘크리트 지지 기둥은 오히려 더 강화된 셈이다. 이는 태풍 등으로 로컬라이저가 부서지는 걸 막기 위한 보강 조치였다는 게 국토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태풍을 만나는 빈도가 가장 잦은 제주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은 철골로 돼 있다. 결국 국토부도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설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을 비롯한 해외에도 비슷한 콘크리트제 로컬라이저 지지대 구조물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반박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상태다. 국토부는 "우리가 보유한 자료상에는 그렇게 돼 있는데 외국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주장이 있어 다시 보완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전국 공항 내 항행안전시설물에 대한 특별점검에 착수키로 했다. 여수·광주·청주공항에도 무안과 유사한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돼서다. 제대로 된 시설물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종단구역이 끝나고 5m 지난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을 만들어놓고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것은 뭐라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제주항공 참사가 처음이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donglee@newspim.com 2025-01-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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