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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시대 예술에 대한 재정의

기사입력 : 2024년11월11일 08:25

최종수정 : 2024년11월11일 13:39

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로봇 아티스트가 그린 작품이 18억이라고? 최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로봇 아티스트 '에이다'(Ai-da)의 작품이 132만 달러(약 18억4700만원)에 낙찰되었다. '인공지능 신'(A.I GOD)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수학자 앨런 튜링의 얼굴을 그린 1.6m x 2.3m 크기의 혼합 미디어 초상화다.

앨런 튜링은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에니그마 코드를 해독한 수학자로 컴퓨터 과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튜링 테스트'의 고안자이기도 하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생성형AI의 휴머노이드 버전으로 볼 수 있는 에이다는 홈페이지의 영상에서 "AI에게 신과 같은 존재인 앨런 튜링을 기리는 작품"으로 "우리는 그가 제공한 신과 같은 힘을 책임감 있게 사용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혹은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봐야 한다."라는 작품 의도를 밝혔다.

에이다는 2019년 갤러리스트인 에이단 밀러의 아이디어로 영국 로봇기업 엔지니어드아츠 (Engineered Arts), 옥스포드 대, 리즈 대 연구진에 의해 공동 개발되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첫 휴머노이드인 셈이다.

이름은 1800년대 여성 과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에이다 러브레이스(Ada Lovelace)에게서 따왔다. 외모도 백인 여성에 갈색 머리다. 에이다의 얼굴은 실리콘 피부로 제작되어 표정을 지을 수 있으며 자체 개발된 로봇 팔로 직접 연필을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린다. 눈동자에는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컴퓨터 비전을 사용해 사물을 볼 수 있다. 눈으로 본 이미지를 AI 알고리즘이 해석해 제어 시스템에 전달하면 로봇 팔이 그림을 그리도록 작동되는 원리다.

[고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 로봇산업 전시회 '2024 로보월드' 참가업체 부스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돼 있다. 2024.10.23 mironj19@newspim.com

에이다는 2019년 첫 전시 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인간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고 심지어 플래티넘 주빌리를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명성을 쌓아 몸값을 높이는 여느 인간 아티스트와 다름없는 행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가 2억을 한참 뛰어 넘은 18억이라는 낙찰가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변덕스럽고 모호한 예술시장에서 로봇이 만든 작품의 가치 평가는 인간 예술가의 작품 평가보다 훨씬 어려울 뿐 더러 로봇 예술 작품이 대형 경매장에서 판매되는 첫 경우였기 때문이다.

소더비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첫 작품에 대한 기록적인 낙찰가는 근 현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것"이라며 "AI기술과 국제 미술 시장의 교차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천재 앨런 튜링의 열정과 비극을 그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로봇의 예술 작품은 기술인가, 예술인가? 로봇도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AI시대 예술은 과연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에이다는 2019년 등장한 이래 줄곧 시대와 예술, 창의성과 윤리 등에 관한 대중적 인식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이번 경매를 통해 'AI시대 예술의 정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에이다는 휴머노이드지만 '예술가'로 불린다. 이는 예술가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겼던 기존 관념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2022년 영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한 에이다는 자신에겐 의식이 없다고 밝히며 "주관적 경험은 없지만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 창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창작의 방식이 다를 뿐 로봇도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기술은 이미 예술 창작에 사용되고 있다"며 "예술가들의 창작에 기술은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기술과 예술이 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창조되는 현상이 곧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데이비드 살레, Tree of Life, Cowboys Lament, 2022, Oil and acrylic on linen, 142.2 × 106.7 cm [사진=아트부산 2023] 2023.04.12 89hklee@newspim.com

에이다의 제작사 측은 에이다가 직접 보고 생각하고 펜과 붓을 직접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는 물리적 표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에이다의 작품은 기존의 AI 알고리즘이 패턴을 찾아 만들거나 외관만을 유사하게 따라 그린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눈과 사고, 감정이 아닌 기계의 시각과 관점으로 세상은 재해석 될 수 있으며 이는 마르셀 뒤샹이 도자기 변기조차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의 인지과학자 마가렛 보든은 창의성을 새롭고 가치 있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보든의 정의에 따르면 에이다의 작품은 충분히 창의적이다. 더구나 고가에 낙찰되며 예술시장에서의 상업적 가치까지 인정받았다. AI 로봇의 창작품이라도 감상자에게 미적 경험과 감정적 반응을 충분히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예술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AI 로봇은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의식이나 감정이 없어 예술의 본질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을 뿐 아니라 AI 로봇에겐 인간 예술가의 감정과 직관, 무엇보다 예술가의 서사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독창성이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4. 장세희_MODEST, BADDEST_2022_Computer Graphic, FULL HD_1920 x 1080 [사진=아트부산 2023] 2023.04.12 89hklee@newspim.com

과연 예술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영역일까?

인간이 다른 인간의 미적 감상을 위해 만든 예술 작품 자체에는 창작자의 감정이 스며 있다. 욕망과 두려움, 좌절과 경의 혹은 최소한 실용적, 경제적, 감정적 이유로 창조해야 할 필요성이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예술은 표현 의도에서 출발된다.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인 마르쿠스 뒤 소토이(Marcus du Sautoy)는 "어떤 기계도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도에 의해 촉발됩니다."라는 말로 모든 것이 인간의 '의도'에 귀결된다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AI 기술이 예술과 융합되고 창작의 영역이 넓어지는 건 인간의 인식과 표현이 확장되는 것과 같다. 전통적인 예술 형태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AI 아트워크 역시 지속 발전할 것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AI로봇과 협업으로 여태 보지 못한 예술 세계가 열릴 수도 있다.

"내 작업의 핵심 가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역량"이라는 에이다의 말을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AI시대 예술'은 '인간 창의성의 무한한 확장'으로 재정의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게르하르트 리히터, Grün-Blau-Rot, 1993, Oil on canvas, 39.8 x 27.7cm [사진=아트부산] 2023.04.12 89hklee@newspim.com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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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개헌..."동의 안해" 55.5%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복귀 후 임기단축 개헌 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 응답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서 임기단축 개헌 추진 언급'에 55.5%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34.0%, '잘모름'은 10.4%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70대 이상,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분류에서 50%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67.6%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50대(62.2%), 30대(57.2%), 60대(53.4%), 만18세~29세(50.9%) 순이었다. 유일하게 70대 이상은 '동의한다'가 44.3%로 '동의하지 않는다' 38.6%를 앞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 64.5%, 대전·충청·세종 60.8%, 경기·인천 58.4%, 대구·경북 56.9%, 강원·제주 54.2, 서울 53.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부산·울산·경남만 '동의한다'는 대답이 43.4%로 '동의하지 않는다' 42.2%보다 우세했다. 지지정당별로는 역시나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5%가 '동의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64.3%가 '동의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는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41.5%, '동의한다'는 38.7%로 나타났다. 진보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56.5%, '동의한다' 43.5%였다. '지지정당없음'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64.9%, '동의한다' 23.7%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하고 탄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집권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데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 신뢰가 낮다고 보는 거"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6.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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